“개신교 성지 안디옥은 종교 공존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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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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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안디옥교회 장성호 목사

이슬람-정교회 지도자들과
성탄절 파티 등 자주 어울려

터키 안디옥 교회는 올해 6월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2009년 부활절에 교회의 터키 신자들과 함께한 장성호 목사(앞줄 가운데 넥타이 맨 사람). 오른쪽은 장 목사의 부인 박희정 씨. 사진 제공 안디옥 교회
터키 안디옥 교회는 올해 6월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2009년 부활절에 교회의 터키 신자들과 함께한 장성호 목사(앞줄 가운데 넥타이 맨 사람). 오른쪽은 장 목사의 부인 박희정 씨. 사진 제공 안디옥 교회
“아침이면 정교회의 종소리와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집니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 이곳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예외적인 곳이죠.”

전화로 들려오는 장성호 목사(34)의 목소리는 맑았다. 장 목사가 사역하는 곳은 동서양 문명의 접점 터키. 그중에서도 남동부 시리아와의 접경지대인 하타이 주 하타이(옛 안타키아) 시다. 장 목사는 서울 광림교회가 2000년 6월 이곳에 세운 ‘안디옥 개신교회’를 이끌고 있다. 안디옥 교회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으며 장 목사는 두 명의 전임자에 이어 2007년 2월 이곳에 부임했다.

옛 안타키아(성서의 안디옥)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특별한 곳이다.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480km 떨어진 이곳은 기원후 47∼55년 사도 바울의 전도 근거지였으며 그리스도교의 이방인 전도 거점이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 11장 26절에는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란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라고 적혀 있다.

안디옥 교회는 터키 당국이 최초로 인정한 개신교회다. 장 목사는 “터키는 공식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지만 개신교회를 세우기는 매우 어렵다”며 “당국이 교회 용지 매입 허가를 좀처럼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터키 내 개신교회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개신교 신자는 모두 3000여 명이다.

장 목사는 “터키 당국이 안디옥 교회의 설립을 인정한 것은 그리스도교 성지이자 여러 문명의 교차점으로 유명한 이곳에 상징적인 개신교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특성 때문에 이곳에서는 정교회와 이슬람 사원, 개신교회가 공존할 수 있다”며 “크리스마스나 이슬람교의 파티 때 여러 종교 성직자들이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안디옥 교회에는 50여 명의 터키인 신자가 있다. 장 목사는 “터키는 신분증에 종교를 표시한다”며 “국민의 절대 다수가 무슬림인 이곳에서 개신교도임을 밝히는 것은 커밍아웃 수준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터키인은 아버지로부터 가족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개신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습니다.”

터키 정부는 장 목사에게 안디옥 교회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선교 활동을 허가하지 않는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위협 등 이 지역을 벗어나 선교 활동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아주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선교사가 되라는 마음속의 울림을 이기지 못해 감리교신학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장 목사의 부친도 충북 음성군에서 작은 교회를 이끄는 목사다. 장 목사는 “아내와 딸 둘과 함께 지내는 이곳의 생활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한국 교회를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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