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정교회의 종소리와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집니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 이곳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예외적인 곳이죠.”
전화로 들려오는 장성호 목사(34)의 목소리는 맑았다. 장 목사가 사역하는 곳은 동서양 문명의 접점 터키. 그중에서도 남동부 시리아와의 접경지대인 하타이 주 하타이(옛 안타키아) 시다. 장 목사는 서울 광림교회가 2000년 6월 이곳에 세운 ‘안디옥 개신교회’를 이끌고 있다. 안디옥 교회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으며 장 목사는 두 명의 전임자에 이어 2007년 2월 이곳에 부임했다.
옛 안타키아(성서의 안디옥)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특별한 곳이다.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480km 떨어진 이곳은 기원후 47∼55년 사도 바울의 전도 근거지였으며 그리스도교의 이방인 전도 거점이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 11장 26절에는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란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라고 적혀 있다.
안디옥 교회는 터키 당국이 최초로 인정한 개신교회다. 장 목사는 “터키는 공식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지만 개신교회를 세우기는 매우 어렵다”며 “당국이 교회 용지 매입 허가를 좀처럼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터키 내 개신교회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개신교 신자는 모두 3000여 명이다.
장 목사는 “터키 당국이 안디옥 교회의 설립을 인정한 것은 그리스도교 성지이자 여러 문명의 교차점으로 유명한 이곳에 상징적인 개신교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특성 때문에 이곳에서는 정교회와 이슬람 사원, 개신교회가 공존할 수 있다”며 “크리스마스나 이슬람교의 파티 때 여러 종교 성직자들이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안디옥 교회에는 50여 명의 터키인 신자가 있다. 장 목사는 “터키는 신분증에 종교를 표시한다”며 “국민의 절대 다수가 무슬림인 이곳에서 개신교도임을 밝히는 것은 커밍아웃 수준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터키인은 아버지로부터 가족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개신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습니다.”
터키 정부는 장 목사에게 안디옥 교회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선교 활동을 허가하지 않는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위협 등 이 지역을 벗어나 선교 활동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아주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선교사가 되라는 마음속의 울림을 이기지 못해 감리교신학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장 목사의 부친도 충북 음성군에서 작은 교회를 이끄는 목사다. 장 목사는 “아내와 딸 둘과 함께 지내는 이곳의 생활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한국 교회를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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