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흥행 여부는 올해 뮤지컬 시장의 성패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각 관료 출신과 기업 경영인을 수장으로 맞이한 서울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사진 제공 EMK·동아일보 자료 사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인플루엔자A의 파장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출발한 2010년 공연계 기상도는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로 요약된다. 뮤지컬을 위시한 공연시장의 포화가 감지돼왔지만 대형 공연장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기업 경영인 출신과 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들어선 국공립 공연장들이 명품 기획 공연으로 새바람을 일으킬지도 관심을 끈다.
○ “1등만 살아남고 2등 이하는 적자”
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09 문예연감 통계를 보면 2004년 2290건이었던 연극·뮤지컬 공연 수는 2007년 2983건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 2008년 2347건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장기공연의 증가에 따라 단기공연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공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1등만 살아남고 2등 이하는 모두 적자를 보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뮤지컬을 소개해온 공연기획사 NDPK가 지난 연말 문을 닫은 것이 그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도 대형공연장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는 점. 올해 하반기 대학로에 900석, 500석, 300석 3개 극장을 갖춘 뮤지컬전용극장 CJ아트센터(가칭)가 개관한다. 내년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각각 1500석 규모의 뮤지컬전용극장과 콘서트전용극장을 갖춘 쇼파크(가칭)가 문을 연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서울 양천구 목동 예술인회관에는 800∼1000석 규모의 다목적홀이 들어선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인근에 내년 9월경 문화복합단지 디큐브시티가 완공되면 1250석 규모의 뮤지컬전용극장과 450석 규모의 다목적극장이 생긴다. 공연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처럼 대형공연장이 늘어날 경우 이를 충족시켜줄 함량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1월 오스트리아 뮤지컬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첫선을 보이는 ‘모차르트!’와 8월 LG아트센터에서 6개월 장기공연에 들어갈 브로드웨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흥행성패는 향후 대형뮤지컬시장 판도에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목표로 장기공연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단일공연으로 4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할지와 ‘연극열전 3’이 30만 관객몰이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 국공립 공연장 “대관보다 기획을”
기업인 출신인 신홍순 전 서울 예술의 전당 사장과 이청승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지난해 능력을 채 발휘하지 못하고 각각 낙마했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새 사장에 박동호 전 CJ 부사장을 임명해 기업인 출신 공연예술기관 수장에 대한 기대가 여전함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18일 예술의 전당 새 사장으로 김장실 전 문화부 차관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인 출신과 관료 출신인 공연예술기관 새 수장들이 얼마나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인지도 새해 공연계의 관심거리다. 국공립 공연장들은 대관과 수익 사업에 치중한 안이한 경영으로 자주 지적을 받았다. 서울 예술의 전당 자체 기획 공연은 2008년 30건에서 2009년 19건으로 줄었다. 김장실 예술의 전당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명장을 받은 직후 “명품 기획 공연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정현욱 회장은 “국공립 공연장의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비대하고 제작 과정도 민간 기획사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시스템을 개선해 좋은 작품을 만들 토양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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