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0]시조 ‘새, 혹은 목련’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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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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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불면의 실마리 이제야 겨우 잡힐 듯

박해성 씨
박해성 씨
아침에 눈을 뜨고 냉수 한 컵 마십니다, 비수처럼 서늘히 가슴에 꽂히는 한강 줄기! 웅녀가 마셨던 그 강물이 내 몸을 깨웁니다. 이제야 겨우 잡힐 듯한 지독한 불면의 실마리, 그게 바로 시였습니다. 신전의 대리석 기둥같이 나를 지탱해주는, 아니 저항할 수 없는 견고함으로 나를 압도하는 나의 천국, 나의 지옥 그리고….

아버지, 당신의 바람 같은 자유를 증오했고 출구 없는 가난을 저주했으며 타협할 줄 모르는 우직함을 원망했었지만 대책 없이 당신을 닮은 딸이 이 허허한 벌판에 맨발로 섰습니다. 오늘은 따듯한 그 등에 업혀 아이처럼 실컷 울고 싶습니다.

나의 첫 번째 독자이자 절대 팬인 남편 이조훈 님에게 이 영광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딸 명휘 승휘, 아들 승규와 새로이 가족이 된 티머시 미드와 배지현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인이 되리라 다짐합니다. 6년의 습작기간을 채찍질해 주신 지도교수님과 동행한 문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 문학의 모태가 되어준 경기대학교 국문학과에 빛이 있기를!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고루한 편견 없이 평등의 정의를 실천하는 동아일보에서 희망을 읽습니다.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박해성 씨
△1947년 서울 출생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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