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연극배우는 공연중 웃음 어떻게 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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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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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극배우는 공연중 웃음 어떻게 참나요

연극배우들은 공연 도중 웃음이 터져 나올 때 어떻게 참나요? 우는 장면에서 눈물이 안 나올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정은미·17·서울 노원구 상계동)

A: 어금니 깨물거나 항문에 힘줘 ‘버티기’

배우마다 차이가 있지만 ‘웃음은 되도록 참되 눈물은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가 정답입니다. 돌발적인 웃음은 대개 상대 배우가 실수를 하거나 예정에 없이 웃기는 애드리브를 할 때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젊은 배우들은 무조건 참기 위해 ‘어금니를 깨문다’거나 ‘항문에 힘을 주고 버틴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륜 있는 배우들은 작품의 성격을 감안해 비극이 아닐 때는 관객과 함께 자연스럽게 웃고 넘어간다고 합니다.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는 “한번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다가 거의 우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주변 배우들을 더 웃긴 적이 있어 그 다음부터는 억지로 참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극단 골목길의 김영필 씨는 “‘청춘예찬’에 출연할 당시 상대배우인 윤제문 씨가 큰 소리로 방귀를 뀌는 바람에 관객과 함께 웃음이 터져 공연이 1분 가까이 중단됐는데 그게 더 재미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는 “‘맘마미아’ 공연 도중 관객 한 분이 객석이 떠나가라고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무대와 객석이 모두 웃음바다가 됐는데, 함께 출연한 전수경 씨가 ‘에취 때문에’란 재치 있는 대사와 함께 극을 다시 끌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눈물 연기에 있어서도 연륜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젊은 배우들은 눈을 깜빡이지 않거나 조명을 오래 쳐다보는 방법으로 눈물을 끌어내려 노력합니다. ‘엄마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배우 김민희 씨는 “엄마가 죽었다고 상상한다”는 나름의 비법을 소개했습니다. 극단 ‘목화’의 김병철 씨는 “TV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장면 장면을 잘라 촬영해 눈물 연기가 어렵지만 연극은 천천히 정서 변화를 따라가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동아연극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한명구 씨는 “배우가 우는 것보다 관객이 슬픔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안 흘리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김영필 씨는 “눈물이 필요 없는 장면에서 그냥 눈이 따가워 눈물이 흘러나왔는데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어떻게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느냐’며 감탄하는 일도 있었다”며 “의도하지 않은 연기가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연극의 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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