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53>有德者는 必有言이어니와 有言者는 不必有德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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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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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德有言(유덕유언)이란 말이 있다. 덕행도 훌륭하고 언론저술도 훌륭함을 말한다. 반면에 無德有言(무덕유언)이라고 하면 덕행은 없으면서 언론저술만 뛰어남을 말한다. ‘논어’ ‘憲問(헌문)’의 이 章에서 공자가 지적한 말씀이다.

有德者必有言은 덕이 있는 사람은 마음속에 온축된 덕이 저절로 바깥으로 넘쳐 나와 훌륭한 말로 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덕 있는 사람은 아니다. 巧言令色(교언영색)으로 바깥을 꾸미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有言은 평소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시문을 저술해서 후세에 드리우는 立言垂後(입언수후)를 가리킨다고 보는 설이 있다. 정약용은 이 설을 지지했다. 선인들은 훌륭한 덕에 걸맞은 훌륭한 시문을 문집을 통해 후세에 전하는 일을 매우 중시했다. 그래서 有德有言(유덕유언)이란 말은 저술활동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정조대왕의 문집을 ‘弘齋全書(홍재전서)’라 하는데, 본래 이름은 ‘弘于一人齋全書(홍우일인재전서)’다. 정조는 서거한 해인 1800년에 전서를 보관하려고 종이 장롱을 만들고 거기에 글을 써서 이렇게 말했다. “내 어찌 학문을 높이 쌓아 우뚝하게 자립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러나 나는 上帝를 마주하고 백성들에게 베풀고자 하는 생각으로 어렵고 큰일을 계승하여 부지런히 백성을 보호하고 인재를 구하려고 급급하면서, 仁이 아닌 집은 거처하지 않고 義가 아닌 길은 밟지 않은 뜻을 문자로 기록했으니, 腔血(강혈)로부터 흘러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정조도 有德有言의 평가를 받고자 기대한 것이다. 저술을 일삼는 사람은 모름지기 無德有言(무덕유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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