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정통클래식… 팝… 영화음악… 탱고… 개그는 양념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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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장르 넘나드는 음악쇼 ‘기돈 크레머 되기’ 내달 공연

한번쯤 들어본 듯한 멜로디 줄이어
코믹 섞었지만 클래식 본질 고찰도
주형기-이구데스만 듀오 재미 더해

“기돈 크레머, 좋아하는 멜로디를 모조리 연주해라. 하루 종일 말이야!”

옛 소련 바이올린 거장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그가 12년 동안이나 육성해온 실내악단, 거기에 코믹 개그까지 곁들인다면? 국내 무대에서 보기 드문 ‘하이브리드 음악쇼’가 펼쳐진다. 11월 1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기돈 크레머 되기-클래식 음악가의 흥망성쇠’.

크레머와 그의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2001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에서 연주했다. 비발디 ‘사계절’에 피아솔라의 곡을 합쳐 ‘팔계절’로 연주하기도 하고, 영화음악 콘서트도 열었다. 이번 콘서트에는 색다른 게스트가 가세한다. 클래식 음악을 코믹하게 변주하는 듀엣 피아니스트 리처드 형기 주(주형기)와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이다.

주형기와 이구데스만 두 사람은 2004년 빈 무지크페라인잘에서 ‘거대악몽음악(A Big Nightmare Music)’ 콘서트를 선보인 뒤 스타덤에 올랐다. 이 콘서트는 ‘악몽’이란 제목으로 올해 4월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소개됐다. 유튜브에 올라간 연주 동영상은 조회수 1500만을 넘어섰다. 바이올린 현에 활 대신 바이브레이터(진동기)를 대고 연주를 하고, 활을 무릎에 끼운 채 악기를 움직여 그럴듯한 멜로디를 엮어내기도 한다. 사람 대신 악기가 엉뚱하게 한 대씩 맞다가 소리를 내는 ‘슬랩스틱’도 빠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지난해 크레머와 함께 유럽을 돌며 ‘기돈 크레머 되기’ 콘서트를 시작했다. 클래식 코미디 듀오와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의 만남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낸다. 홍보 동영상을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1950년대를 풍미한 오케스트라 코미디 콘서트 ‘호프눙 음악회’를 연상시킨다. 같은 선율을 반복하다가 엉뚱한 팝 멜로디로 빠지기도 하고, 협주곡 마디 사이사이에 탱고를 삽입하는데 신통하게도 자연스러운 선율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크레머는 여기에 남다른 의미를 삽입한다.

“오늘날 예술 작품의 질은 판매량으로 평가됩니다. 유명할수록 좋다는 거죠. 모두가 슈퍼스타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감성과 지성의 조화로운 함양이나 영혼의 울림 같은 음악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놓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공연에서 음악의 상업적인 ‘하향평준화’에 대해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음악의 하향평준화를 비판할까. 크레머 자신이 탱고와 영화음악도 즐겨 연주하니 특정한 장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전모는 무대에 조명이 켜진 뒤 밝혀지겠지만 동영상이 얼마간 힌트를 제공한다. 주형기가 편집음반 CD 케이스를 들고 ‘트랙 전환 버튼을 누르듯’ 크레머에게 연주를 시킨다. 고전음악과 영화음악, 팝송을 오가지만 결국 ‘열 장에 한 장 값’ 싸구려 음반일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클래식 음악가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 자체의 ‘흥망성쇠’다.

공연에 상세한 ‘곡목 정보’는 없다. 모차르트 바흐 쇼스타코비치 등의 정통 클래식과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지머, 존 윌리엄스 등의 영화음악을 전부 또는 일부씩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귀띔이 있을 뿐이다. 지난해 ‘기돈 크레머 되기’를 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내가 본 공연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며, 이 순간에도 또다시 그들의 연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형기는 영국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고 예후디 메뉴인 스쿨과 미국 맨해튼 음대를 졸업했다. 이구데스만은 러시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자라났으며 예후디 메뉴인 스쿨과 빈 음대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웠다.

4만∼15만 원. 1577-526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유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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