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학자들 ‘3국3색’ 음식문화 학술대회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韓 쌀과 잡곡의 퓨전
中 쌀죽만 수백가지
日 쌀-국-반찬 단출

“쌀밥 하나만 봐도 한중일의 문화적 특성이 보입니다.”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와 대만 중화음식문화기금이 공동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세계화 시대의 동아시아 음식문화’가 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막해 14일까지 계속된다.

이 행사는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해석하는 자리.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의 학자 20여 명이 참가해 음식의 제조, 유통, 소비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음식에 나타난 3국의 문화적 차이와 유사성을 탐색한다. 조직위원장인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12일 기조발표를 통해 “이번 행사는 식품영양학적 학술행사에서 벗어나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음식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첫날 회의의 주요 논점은 ‘음식의 교류와 음식문화의 세계화’. 중국의 천즈밍(陳志明) 홍콩중문대 교수는 ‘중국과 동아시아 사회의 쌀’이란 논문에서 쌀의 소비 형태로 한중일 문화를 비교했다.

“쌀밥과 수백 종에 이르는 쌀죽을 먹는 중국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은 쌀에 콩, 녹두, 보리 등 잡곡을 섞어 다른 형태의 쌀 요리를 만듭니다. 한국인의 예술적 퓨전 성향이 드러난 것이죠. 반면 일본은 경제성을 추구합니다. 간결하고 효율적인 쌀밥과 국, 간단한 반찬이 일본의 기본 식사입니다.”

13일의 논의 주제는 ‘외국 음식의 현지화’. 한국의 양영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사회의 웰빙 담론과 중국 음식’이라는 논문을 통해 중국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을 살펴본다. 양 교수는 “한국에서 인기 있던 중국 음식이 최근 참살이(웰빙) 열풍에 밀려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82년과 비교해 2003년 국내에서 한식당이 243%, 일식당이 511% 증가한 반면 중식당은 43% 증가한 데 그쳤다”며 “중식은 더럽고,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식당들이 기름을 카놀라유로 바꾸고, 퓨전 메뉴를 개발하는 등 노력했지만 중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음식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아사쿠라 도시오(朝倉敏夫) 국립민족학박물관 연구부 교수는 음식의 전래와 변용에 주목한다. 그는 ‘야키니쿠(燒肉)와 불고기’라는 논문에서 “1960년대 한국에서 들어온 불고기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일본 젊은층에 인기를 끌었다”며 “불고기를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바꾼 야키니쿠 음식점들은 이에 대응해 반찬과 후식을 강화하고, 같은 갈비라도 고기를 다양화하고, 고기를 미리 잘라 익혀서 손님에게 내오는 방법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일본식 야키니쿠는 불고기와 다른 음식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일본이 외래문화를 도입해 창조적으로 변형, 현지화하는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어 14일에는 ‘음식과 생활문화’ ‘민족과 음식의 만남’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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