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30대? 부활의 30대!

  • 입력 2009년 10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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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대 기사인 안조영 최명훈 윤성현 9단(왼쪽부터)이 GS칼텍스배 명인전 십단전 천원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바둑계에선 20대 중반에 승부세계를 떠나는 조로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30대 기사들의 분발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올해 30대 기사인 안조영 최명훈 윤성현 9단(왼쪽부터)이 GS칼텍스배 명인전 십단전 천원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바둑계에선 20대 중반에 승부세계를 떠나는 조로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30대 기사들의 분발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한때 부진 왕년의 기대주
각종 기전서 잇단 약진
바둑계 활력소로 거듭나

프로 바둑계에서 30대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세대다. 이창호 9단같이 특별한 경우를 빼고 10, 20대가 바둑계를 주름잡는 상황에서 30대 기사들은 한물간 기사로 불린다.

최근 30대 기사인 안조영(30) 최명훈(34) 윤성현 9단(34)의 분발이 바둑계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20대 때 정상권에 근접했으나 같은 세대인 이창호 9단의 벽을 넘지 못했고 1980년대 세대인 이세돌 최철한 9단의 추격에 밀리면서 차츰 팬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올해엔 이들이 GS칼텍스배, 하이원배 명인전, 원익배 십단전 등 본선에 진출하며 10, 20대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는 기사는 안조영 9단이다. 안 9단은 우승상금 5000만 원인 GS칼텍스배 본선에서 6승 1패로 도전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5승 1패인 조한승 9단이 최종국에서 패하면 도전자가 되고, 이기면 동률이어서 재대국을 벌인다. 천원전 토너먼트에서도 전기 우승자인 강동윤 9단을 잡고 8강에 진출했다. 또 KBS바둑왕전 본선 승자 4강과 원익배 십단전 본선에도 올라 있다. 34승 12패(74%)로 다승 6위, 승률 4위다.

안 9단은 “성적이 조금 좋아졌을 뿐”이라며 “GS칼텍스배에서 3승 1패일 때 4연승이었던 조한승 9단과 이영구 7단을 이기면서 기세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마무리 단계에서 역전패가 현저히 줄면서 승률이 좋아졌다는 것.

그는 “30대가 되면서 앞으로 어린 친구들과 대등한 승부를 벌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체력이 받쳐주고 기술적으로 밀리지 않을 35세까지 전력을 다해 뭔가 이루겠다”고 말했다.

노력파로 알려진 안 9단은 매주 충암연구회, 양재호 9단, 양건 8단, 백대현 7단의 연구실 등 4곳에서 연구모임과 리그전을 갖고 있다. 그는 이들 모임에서 열 살 아래인 강동윤 9단, 김지석 6단에게도 많이 배운다고 했다.

이창호 9단과 동갑내기인 최명훈 9단과 윤성현 9단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최 9단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이 9단의 라이벌로 주목받았다. 2000년 LG정유배 우승(대 루이나이웨이 9단)과 2001년 후지쓰배 준우승을 거뒀다. 당시 그는 이 9단과 7차례 도전기-결승전에서 자웅을 겨뤘으나 모두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 9단은 올해 BC카드배 세계대회를 비롯해 명인전 십단전 KBS바둑왕전 본선에 올랐고 랭킹도 32위까지 끌어올렸다.

윤성현 9단도 지난달 24일 명인전 본선에서 이창호 9단을 반집으로 격추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십단전과 천원전 본선에도 올랐다. 올해 23승을 거둬 이미 지난해 21승을 뛰어넘었다.

30대 기사의 활약은 20대 중반만 되면 승부 세계에서 물러나는 바둑계의 조로(早老) 현상을 막고 바둑계 전체의 균형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승준 9단은 “이들의 공통점은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며 승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중간 허리층인 30대의 활약은 어린 기사들을 자극해 바둑계 전체의 실력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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