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죽고싶을 만큼 빠졌어요”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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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나라는 인간을 지우고 배역에 한발 다가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배우 하지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나라는 인간을 지우고 배역에 한발 다가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완전’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스토리

‘내 사랑 내 곁에’ 지수역 하지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4일 개봉)는 박진표 감독이 또 한 번 우직하게 밀고 나간 사랑 이야기다. 의식은 멀쩡하지만 몸이 점점 굳어져가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김명민)와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지수(하지원)를 통해 “사랑은 다 태워버리는 것이고 한 몸이 되는 것이며, 끝까지 지켜주는 게 운명”이라고 말한다. 전작 ‘너는 내 운명’에서 에이즈에 걸린 은하를 향한 석중의 사랑이 투박했다면, ‘내 사랑…’에서 종우를 지켜주는 지수의 사랑은 지독했다. ‘귀신 밥’ 먹고 산다며 천대 받던 장례지도사 지수는 종우와 말 그대로 ‘세상 끝까지’ 함께한다.

“지수는 완전 강한 사람이죠. 저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완전 따라 죽을 거예요. 지금은 그럴 수 있어요.”

○ 현실과 연기 혼동하며 배역 몰입

영화 속 지수가 자주 쓰는 ‘완전’이라는 말을 16일 만난 배우 하지원(31)은 버리지 못한 듯했다. “지금도 지수가 여기 남아 있다”는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심장 부근을 어루만졌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숙소 침대에 누워 몇 시간 동안 펑펑 울었어요. 너무 슬퍼서 감독님께 ‘우리 종우 어떡해요. 해 준 게 없어서 이렇게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감독님이 ‘우리 종우 이제 그만 보내주자’ 하시더군요.”

김명민이 체중을 20kg이나 감량해 종우 역을 소화했다면 하지원은 현실과 연기를 혼동하며 배역에 몰입한 셈이다. 온갖 감정의 굴곡을 경험하는 여배우에게 이러한 ‘감정노동’이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종우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울먹이며 호흡을 가다듬는 그는 조금 별나 보였다. 연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지수가 핑클의 ‘영원한 사랑’에 맞춰 춤을 추는, 민망한 장면을 찍으면서도 “우리 종우 행복하게 만들어줄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너 이제 하지원이야,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해야지’라고 가족들이 그래요. 12년 동안 연기해 보니 알겠어요. 타고난 게 없는 제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사는 방법은 이 배역에 한발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악역은 못할 것 같아요. 나쁜 마음 먹으면 몸이 아파요.”

○ 운명적 사랑 믿어 ‘소개팅’은 거절

蒻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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