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우리가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우리의 경험, 우리의 지혜입니다.”(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전직 국가원수, 노벨상 수상자, 정치인, 과학자, 문인, 미술가, 영화배우…. 20세기 현대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51명의 ‘지혜’를 모았다. 넬슨 만델라, 데즈먼드 투투, 헨리 키신저, 바츨라프 하벨, 에드워드 케네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월레 소잉카, 제인 구달, 윌리 넬슨, 로자문드 필처, 척 클로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이 전하는 경구다.
이 책은 이들의 삶에 관한 인터뷰이자 얼굴의 주름살 하나까지 포착한 사진집이다. 함께 수록된 DVD에는 9명을 더한 60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저자는 출판사에서 프로젝트 의뢰를 받은 뒤 “내가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망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의 부탁을 받은 투투 대주교는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편지를 써줬고, 이들은 모두 대가 없이 응했다.
“지혜는 바로 거기, 내가 있는 자리가 어딘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중에 있습니다. 알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때, 나는 죽은 겁니다.”(코미디언 빌리 코놀리)
“무리한 야망을 키우지 마세요. 그해 그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세요.”(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이들 중 상당수는 한 분야에서도 거두기 힘든 성취를 두세 분야에서 일궈낸 사람들이다. 그 비결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일하는 것이다. “늙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일을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 것”(소설가 로자문드 필처), “사람은 성장하고 있거나 썩어 가고 있거나 둘 중 하나”(배우 겸 소설가 앨런 아킨)라는 말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도전을 위한 용기는 어떻게 낼 수 있을까. 넬슨 만델라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 기억나는 것보다 더 여러 번 두려움을 느꼈지만, 담대함의 가면을 쓰고 두려움을 감췄습니다. 용감한 사람은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정복하는 사람입니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흑인 인권운동가 버니스 존슨 리건은 세상을 바꾸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하지만 “한 알의 모래로서, 무한하고 영원한 우주 속 이 지구에서 받은 소명을 다했을 따름”이라는 리건의 말처럼 이들의 방식은 소박했다. 가수이자 환경운동가인 윌리 넬슨은 “지금, 여기, 어디에 있든 내 자리를 지키는 일, 변해야 하는 것이 혹시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는 일”에서 출발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구체적인 조언을 던진다. 미국의 케네디, 존슨, 카터 전 대통령의 선거본부 고문을 맡았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공직자들에게 “더 큰 선(善)을 바라보며 주도면밀하게 목표를 세우고, 일단 세웠으면 어떠한 비난이나 공격이 들어와도 목표를 고수하라”고 말한다. 초상화가 척 클로스는 젊은 작가들에게 “영감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지 말라”며 “영감은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고 작가는 작업을 한다”고 꾸준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모든 인물을 작업실이나 사무실 대신 똑같은 흰색 배경막 앞에 세우고 강렬한 조명을 사용했다. 비디오카메라, 여러 렌즈와 조명 등 장비만 해도 여행가방 17개 분량이다. 그 덕분에 51인의 삶의 아우라는 더 강렬히 다가온다.
2007년 이 책이 미국에서 나온 뒤 최근 한국어판이 나오는 사이에 정치가 헬렌 수즈먼,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 에드워드 케네디 전 미국 상원의원이 사망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남긴 말이 더욱 와닿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