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난 게으른 ‘닭둘기’가 아니야”…‘칼눈이의 꿈’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 칼눈이의 꿈/한정영 글·유승희 그림/172쪽·9500원·가교출판

길에서 뒤뚱뒤뚱 몰려다니는 비둘기 떼를 만나면 “무섭고 혐오스럽다”며 멀찍이 피해 돌아가는 사람이 적잖다. 이 책은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처지에 비애를 느낀 한 비둘기 모자(母子)의 2대에 걸친 ‘자아 찾기’를 그렸다.

‘닭둘기’라 불리는 것을 창피해하는 총명한 암비둘기 ‘왼다리’에게 할아버지 비둘기는 “우리가 평화의 상징으로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전서구 역할을 잃은 뒤로 사람들이 던져주는 모이만 받아먹고 게으르게 사는 데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먹이를 구하거나 먼 곳을 날아서 오가는 능력을 잃게 된 거야.”

자신의 새끼를 강인한 야생 비둘기로 만들고 싶어진 왼다리는 숲 속 흰꼬리수리 둥지에 몰래 알을 갖다놓는다. 이종(異種) 형제들과 어울려 온갖 고난을 겪으며 자라난 ‘칼눈이’는 자생 능력을 갖춘 ‘특별한 비둘기’가 된다. 제목과 주제가 비슷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과 비교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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