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14인의 소설가들이 풀어놓는 사랑 고백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 설렘/김훈 외 지음/248쪽·9800원·랜덤하우스

소설가들은 과연 어떤 연애를 했을까. 그들의 사랑도 소설 장면처럼 격정적이거나 운명적일까. 김훈 박범신 양귀자 서하진 은미희 씨 등 14인의 작가가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대부분은 첫사랑, 풋사랑, 엇갈린 사랑 등 작가 자신이 간직해온 사랑을 회고한 자전적인 글들이다.

어릴 때부터 순정만화만 읽던 이명랑 작가는 이상형에 대한 포부가 대단했다. 현실의 남자들을 접할 때마다 그의 기대치는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여서 낭만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남편의 무뚝뚝함에 실망하기 일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에는 다른 종류, 다른 방식의 사랑도 있음을 깨닫는다.

대학 시절 첫사랑을 회고한 소설가 한차현 씨의 글도 웃음을 자아낸다. 혈기왕성한 스무 살 청년의 사랑에 대한 까닭 없는 의욕과 서툰 열정이 빚어내는 소동들은 어설펐던 첫사랑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마주친 질긴 인연을 다룬 은미희 씨, 두 의붓자식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고백한 고은주 씨, 이상형과 거리가 먼 괴짜 선배와 결혼하게 되기까지를 다룬 김나정 씨 등의 글이 실렸다. 작가들이 누구보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치러냈을 사랑의 기억들은 때론 아기자기하고 흥미롭게, 때론 절절하고 시큰하게 다가온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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