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프랑스 문화장관 지낸 자크 랑 15일 방한

입력 2009-07-07 02:57수정 2009-09-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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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 한국 돌려주는게 역사 바로잡기”

“옳다고 믿는것 실천하는게 정치… 당리당략에만 집착하면 안돼”
헌법개정-불법다운로드 금지 등 당파 초월해 찬성표 던져 화제

“‘작은 정치(petite politique)’는 안 한다.”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70)이 첫 한국 방문을 앞두고 5일 파리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당론과 당리당략에만 집착하는 ‘작은 정치’를 비판했다. 현역 사회당 의원이기도 한 그는 당파를 초월한 행동으로 프랑스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무엇보다 지난해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기한 프랑스 헌법개정에서 사회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그의 한 표가 결정적이어서 헌법개정안은 한 표 차로 통과됐다.

―지난해 헌법개정과 관련해 당론과 배치되는 표를 던졌는데….

“그렇다. 나는 사회당의 충성 당원이지만 당론에만 집착하는 작은 정치는 하지 않는다. 국회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이 국회 앞에서 발언하고 책임지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헌법의 민주화’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당내 비판을 견디기 어렵지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헌법개정뿐 아니라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해 예술창작자를 돕는 법(일명 아도피 법)도 사회당원으로는 유일하게 나만 찬성했다. 그건 사회에 득이 되는 것이니까 찬성한 것이다. 정치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당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사회당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자신이 무엇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말은 좌파적인데 행동은 보수적인 정신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대응할 만한 리더가 없다. 조직도 현대적이지 못하다.”

그는 개방 인사를 표방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으로부터 최근 개각에 앞서 문화장관과 환경장관 직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자유로운 게 좋다. 장관을 해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관계 쪽 일은 해볼 생각이 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그는 쿠바와 서방국가의 관계 개선을 다루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랑 전 장관은 15일 방한해 국회 주최로 열리는 개헌 세미나에서 프랑스의 헌법개정 사례에 대해 발표한다. 그는 낭시와 낭테르대에서 오랫동안 공법을 가르친 헌법 전문가다. 또 지난해 프랑스 헌법개정안을 만든 발라뒤르 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아 에두아르 발라뒤르 위원장(전 총리)과 위원회를 이끈 경험이 있다.

―한국의 헌법개정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대통령의 연임,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프랑스와 한국은 사정이 다르니까 내가 무슨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생각해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싶다.”

랑 전 장관은 질문도 하기 전에 외규장각 도서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절도(voler)’ ‘약탈(piller)’ ‘역사 바로잡기(r´eparation de la histoire)’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외규장각 도서는 모두 한국에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당시 문화장관으로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제안했다. 그러나 1993년 외규장각 도서 한 권을 반환하고 15년이 지났지만 아무 진전이 없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inadmissible)’ 일이다.”

1993년 9월 미테랑 대통령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협상에 합의하고 합의의 상징적인 조치로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監儀軌)’ 한 권을 반환했다. 랑 전 장관은 반환협상이 타결되기 전인 그해 3월 문화장관 직을 떠났다. 그는 “정치적 윤리적 도덕적으로 외규장각 도서는 한국에 반환하는 것이 옳다”며 “프랑스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문화장관으로 새로 임명된 미테랑 전 대통령의 조카 프레데릭 미테랑 씨에게 한국과의 친선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필요성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랑 전 장관은 지난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한국음식문화 축제에 참가했고 얼마 전에는 한승수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해 마련한 한국의 밤 행사에도 참석했다.

―한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요리는 어느 나라 것이나 다 좋아한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일주일 머물면서 한국 음식을 맘껏 먹어보고 싶다.”

::자크 랑::

자크 랑(70)은 앙드레 말로와 더불어 프랑스의 최장수 문화장관으로 꼽힌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밑에서 1981년부터 1993년까지 중간에 2년을 빼고 10년간 문화장관을 지냈다. 2000년∼2002년 리오넬 조스팽 총리 밑에서 교육장관도 지냈다. 1963년 낭트대학 시절부터 연극제를 만들면서 문화와 관련을 맺었다. 1977년 낭트대 법학 교수가 됐다. 문화장관에서 물러난 1986∼1988년과 1993∼1995년에는 낭테르대 법학 교수를 지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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