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여름의 인사태풍’ 예고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최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시중 위원장(왼쪽)이 안건을 처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KBS, MBC, EBS 이사 29명의 임기가 8, 9월 만료되면서 이들을 추천 또는 임명하는 방통위가 최근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 제공 방송통신위원회
최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시중 위원장(왼쪽)이 안건을 처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KBS, MBC, EBS 이사 29명의 임기가 8, 9월 만료되면서 이들을 추천 또는 임명하는 방통위가 최근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 제공 방송통신위원회
KBS-MBC-EBS 이사 29명 임기 8, 9월 만료

여름 지상파 방송계에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KBS 이사 11명을 비롯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9명)와 EBS 이사(9명)의 임기가 8월이나 9월에 끝남에 따라 후임 인선이 관심을 끌고 있다. KBS 이사의 임기는 8월 31일, 방문진 이사는 8월 9일, EBS 이사는 9월 14일까지다.

KBS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며, 방문진과 EBS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방통위가 KBS MBC 이사 후보를 고르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자리를 희망하는 이들의 발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세 방송사의 이사 외에 EBS 구관서 사장은 9월 19일, KBS 이병순 사장은 11월 23일에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인사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MBC 엄기영 사장은 2011년 2월 임기가 끝나지만 최근 ‘PD수첩’ 수사 결과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 임기를 채우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송가에선 이번 ‘여름 인사’가 노무현 정부가 임명했던 방송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통위, 인선 착수… 방문진 이사장엔 김우룡 교수 거론
MBC 엄기영 사장-KBS 이병순 사장 신임 여부도 쟁점

○ 방문진과 엄기영 사장

방문진 이사장에는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김 교수는 MBC 출신(PD 1기)으로 최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사진은 통상 여당 추천 이사 6∼7명, 야당 추천 이사 2∼3명으로 구성된다. 이사들의 직종은 MBC 출신을 비롯해 교수 변호사 등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여야 추천 비율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과거 암묵적으로 인정하던 MBC 노조의 추천 몫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진 개편의 초점은 이사회가 PD수첩 사태 등에 대한 MBC 경영의 관리 감독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맞춰져 있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방문진 이사회가 노조를 의식해 지난해 말 미디어관계법안 파업이나 최근 기자들의 제작 거부 등 여러 사태를 방관했다”며 “새 이사진은 경영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인용해 “외국 같으면 경영진이 사퇴할 일”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사실상 엄 사장 교체를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 이사회가 구성되면 전임 이사회가 뽑은 사장에 대해 신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MBC 노조 등은 이에 적극 반대할 것으로 보여 엄 사장 퇴진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일 가능성이 높다. 엄 사장은 22일 이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며 진퇴 문제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엄 사장이 퇴진할 경우에 전·현직 MBC 지방 계열사 사장 4, 5명이 출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KBS 이사회와 이병순 사장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 KBS 이사진에는 KBS 감사를 지낸 강동순 전 방송위원과 서강대의 한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강성철 이사 등 현 정부 들어 보궐로 임명된 이사들이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방통위는 백지에서 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개편과 아울러 11월 임기가 끝나는 이병순 사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이 사장에 대한 안팎의 여론이 호의적이진 않다는 분석과 함께 후보들이 뛰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 사장에는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설이 돌고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이 사장이 임명될 당시 김 회장은 공모 마감을 하루 앞두고 “회사 내부와 정치권에서 본인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이번 공모에는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BS는 KBS MBC에 비해 덜 예민한 곳이긴 하지만 대부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성영소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서 특보를 맡은 바 있으며, 구 사장은 교육 관료 출신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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