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은 反MB 선언문?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시국선언 동참1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인제대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인제대 교수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시국선언 동참
1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인제대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인제대 교수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시국선언 반대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에게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국선언 반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에게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주의 후퇴… 집시법 개정-미디어법 철회”

■ 교수 선언문 들여다보니…

《서울대 교수 124명이 3일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여러 대학 교수와 사회단체 등이 유사한 선언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선언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을 묻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미디어 관계법안 △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선언을 통해 요구하는 것은 민주당이나 좌파 사회단체들이 주장해온 ‘반(反)MB’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4대 강 정비사업 중단’ 등을 비롯해 현 정부가 지난해 출범 이후 추진해온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선언 중 집시법 개정안이나 미디어 관계법안 등은 국회 논의를 거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거리 선언으로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숭실대의 한 교수는 “선언문의 내용이 지나치게 정치적이어서 서명을 하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기본적인 자유가 제한됐다고 주장하는 교수 사회의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중 사안에 반대, 의회민주주의 절차 무시

“정치적 편향 지나쳐” 참여율 대부분 10%도 못미쳐

○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

시국선언문은 대부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며 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거나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대통령은 사과하라”(이화여대 교수 시국선언문)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 보수 성향 교수 128명이 참여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9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지금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충격으로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남 탓’을 하기보다 스스로의 잘못은 없었는지 차분히 성찰하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 집회 결사의 자유

9일 경희대 교수 112명은 “현 정부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집회, 출판, 결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이를 위협하는 일체의 권력남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시국선언문에서 밝혔다. 이 내용도 다른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 포함된 것들이다. 여기서 ‘집회 결사의 자유’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철회 요구와도 맥이 닿아 있다. 민주당과 좌파 사회단체 등은 집회 시위 때 복면을 쓰는 행위와 신체를 해칠 수 있는 물품을 집회나 시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보관·운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 법안이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해 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쇠파이프와 화염병까지 등장하는 불법·폭력을 동반하는 집회나 시위마저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이 법안은 현 민주당이 지난 국회에서 집회 시위 때 신분 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제출한 집시법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미디어 관계법안

시국선언문을 낸 교수들은 “언론재벌의 언론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한 미디어방송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이화여대 교수 시국선언문)거나 “민주적 헌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미디어 관계법안 등의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중앙대 교수 시국선언문)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야가 3월 ‘미디어 관계법안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100일간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후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에 따라 현재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관계법안은 신문 방송 통신 등 각 미디어가 융합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내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콘텐츠와 정보통신을 융합한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 남북관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시국선언문 곳곳에 담겨 있다.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은 “지난 10여 년 동안 대북정책이 거둔 성과도 큰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고, 연세대 교수 162명은 10일 시국선언문에서 “(현 정부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지속해 국제사회에서 조정자 역할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교수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한 적은 없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인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저자세, 퍼주기’ 논란을 빚었던 이전 정책의 문제점을 수정해 북한의 비핵화 개방화, 그리고 경제 개발을 도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시키겠다는 마스터플랜이자 ‘상생 공영 정책’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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