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통 역사학대회 ‘파행’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역사학회 10년째 주관에 반발 2개단체 “불참”

일각 “좌편향 교과서 수정 관련 마찰” 분석도

국내 역사학계 최대의 연례 학술행사로 29, 30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52회 전국역사학대회가 파행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연구회(회장 조광)와 한국역사연구회(회장 한상권)가 대회를 주관하는 역사학회(회장 노명호)의 운영 방식 등을 비판하며 참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사학회는 3월에 이들의 불참 통보를 받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아 이번 대회는 한국사 논문을 발표하는 ‘한국사 패널’ 없이 운영된다.

두 학회가 대회에 불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는 동양사 서양사 고고학 등 7개 부문의 패널로만 구성된다. 지난해 대회의 한국사 패널에서는 한국사연구회가 ‘동북아시아사에서 바라본 한국사상(韓國史上)의 국가 만들기와 민족’, 한국역사연구회가 ‘근대 전환기 동아시아 주요 정치가의 개혁구상과 대외정책’을 주제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사연구회는 “역사학대회 협의회 소속 학회들이 돌아가면서 주관했던 대회를 2000년부터 역사학회 혼자 주관하고 있다”며 독단적인 운영 방식을 불참의 이유로 들었다. 총무이사인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2000년 협의회 회원 학회가 7개에서 15개로 늘면서 편의상 가장 규모가 큰 역사학회가 다른 회원들의 위임을 받아 주관하기 시작했는데 그 방식이 고착됐다고 했다. 한국역사연구회 부회장 채웅석 가톨릭대 교수는 “(1년 전 올해 대회의) 전체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역사학회의 얘기는 다르다. 학회장인 노명호 서울대 교수는 “역사학대회는 협의회 소속 학회들이 협의해서 결정하고 주최한다. 2000년 다른 학회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역사학회가 일종의 위임을 받아 대회를 전담해왔을 뿐이다”고 했다. 다만 역사학회가 올해 대회도 주관키로 합의한 지난해 6월 회의 자리에 공교롭게도 두 학회가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후 대회 준비 과정에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갈등이 불거진 건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 시비를 일으킨 역사교과서를 수정하라고 권고했을 당시 의견이 다른 학회 간 감정의 앙금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2개 학회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역사학 관련 단체들이 교과부의 수정 권고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지만 역사학회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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