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씨]Q: 뮤지컬 배우의 마이크는 어디에…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남경주 한애리 씨. 한 씨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이마와 귀 쪽에 모두 작은 핀마이크(점선 안)를 착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클립서비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남경주 한애리 씨. 한 씨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이마와 귀 쪽에 모두 작은 핀마이크(점선 안)를 착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클립서비스
A: 성냥골 크기로 작아져… 이마 위쪽에 숨기기도

Q:뮤지컬 ‘카페 인’을 봤는데 배우들이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마이크는 어디에 숨어 있나요?(안민영·27·경기 김포시)

뮤지컬 공연에서는 되도록 마이크(무선 핀마이크)를 안 보이게 합니다. 마이크가 보이면 극의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술 발전에 따라 마이크 크기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30여 편의 뮤지컬에 참여한 권도경 음향감독에 따르면 국내 뮤지컬의 경우 1995년 ‘사랑은 비를 타고’ 때부터 엄지손가락만 하던 마이크 헤드의 크기가 면봉 머리 정도로 작아졌다고 합니다. 최근엔 그 굵기가 작은 성냥골(성냥개비의 머리부분) 정도입니다.

마이크가 작아지고 성능도 좋아지면서 입가에 부착하던 마이크는 점점 이마 위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마 중간까지 내려오다 요즘은 거의 이마 윗부분 끝에 붙어 앞머리를 내리면 가릴 수 있습니다.

현재 공연 중인 ‘드림걸즈’를 보면 마이크는 여배우들이 가발을 쓰고 있을 땐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분장실에서 가발을 벗으면 이마와 모근의 경계지점에 부착된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카페 인’에선 마이크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바로 배우들의 정수리 깊숙이 숨겨져 있습니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이기에 가능한 겁니다. 이 작품의 문준호 제작프로듀서는 “배우의 노래가 반주나 다른 소음에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크를 쓰지만 소리가 객석에 부딪혔다가 반사되면서 잡음이 생기는 것도 차단하려면 그 효과를 최소화해야하기 때문에 마이크를 깊이 숨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강조되는 ‘렌트’나 ‘노트르담 드 파리’ 같은 뮤지컬에선 여전히 입에 가까운 귀 쪽에 마이크를 착용합니다. 일부 뮤지컬 팬은 입 가까이에 마이크가 있으면 거친 숨소리나 콧소리를 걸러내지 못하고, ‘두성(頭聲)’을 사용하면 이마 쪽에 마이크를 장착해야 소리전달력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권 감독은 이를 낭설이라고 일축합니다. 마이크가 입과 가까울수록 대사나 노래의 전달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마이크를 이마 쪽에 두는 것은 소리보다는 시각효과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이 러브 유’의 배우들은 이마와 귀 쪽, 두 곳에 모두 마이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출연배우 4명이 60여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의상을 재빨리 갈아입다 한쪽 마이크가 고장날 때를 대비하고, 모자나 가발을 쓸 경우 귀 쪽 마이크를 사용해 가사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랍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답해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