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여자 누드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화가의 시선에 쑥스러웠나… 살포시 고개숙인 그녀

여자 누드 (1883년경 유화 86.5×42.5cm)

난방도 가구도 제대로 못 갖춘 썰렁한 누드화 교실. 팔다리에 오스스 소름이 돋은 모델이 다소곳한 자세로 서 있다. 쏟아지는 시선이 익숙지 않은 양, 야윈 등 위로 불거진 견갑골에서 긴장과 불안의 기미가 느껴진다. 그 앞에 추위에 곱은 손가락은 아랑곳 않고 작업에 빠져든 청년이 있다.

화가가 ‘여자 누드’를 그렸을 당시를 떠올려 본다. 이 그림은 학생시절 작업으로 클림트가 유화로 그린 유일한 여성 누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남성 누드와는 배경과 소품에서 유사점이 엿보인다.

장학생으로 발탁된 클림트는 1876∼1883년 오스트리아 빈 응용미술학교를 다녔다. 실용을 중시한 학교인지라 순수회화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엔 교육환경이 열악했다. 게다가 그는 재학 중에도 시간을 쪼개 가며 가족의 빵을 벌어야 했다. 열다섯 살에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렸고, 졸업 전부터 루마니아 등에서 장식화를 맡아 현장을 뛰어다녔다. 끝이 안 보이는 힘든 나날이었을 터다.

하지만 금이 간 틈으로 빛이 스며들 듯, 사람은 고통의 숨결 아래 단련되고 역경을 거쳐 성숙한다. 아카데미풍 회화에서 출발해 온갖 상징과 장식으로 가득 찬 훗날의 독창적 화풍을 완성해낸 클림트의 빛나는 여정이 바로 그 증거다.

‘피를 빛으로 바꾼 듯/선 자리마다 검게 빛났다/아는 얼굴도 있다/산 채로 벼락을 몇 번쯤 맞으면/피를 빛으로 바꾸는지/온갖 새 울음 흘러넘치게 하는지/궁금한데 입이 안 열렸다/온갖 풍화를 받아들여 돌처럼/단단해진 몸을 손톱으로 파본다/빛이 뭉클, 만져졌다.’(박라연의 ‘고사목 마을’)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