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공연 도중 배우가 다치면 어떻게…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Q: 공연 도중 배우가 다치면 어떻게…

A: 응급조치 후 대부분 강행… 대역 쓰기도

공연 도중에 배우가 다쳤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대역이 있지만 웬만한 부상이 아니면 응급처치를 하고 출연 배우가 공연을 마칩니다. 중간에 배우가 바뀌면 관객에게 혼란을 주고 그를 보러온 관객을 실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개막 공연에서 새끼손가락이 부러진 신영옥 씨가 고통을 참고 공연을 마친 뒤 다음 무대부터는 깁스를 하고 나머지 4회 공연을 마친 게 그런 예입니다.

주역을 복수로 뽑는 뮤지컬에선 비상 상황에 대한 대처가 더 쉽습니다. 2007년 뮤지컬 ‘스위니 토드’ 공연 때는 주연배우 류정한 씨가 1막 공연 도중 어깨가 탈골되자 더블 캐스팅된 양준모 씨가 2막부터 출연했습니다. 양 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느라 2막이 5분가량 늦게 시작됐지만 관객은 두 주연배우의 춤과 노래를 한무대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비언어극 ‘점프’는 무술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공연 중 배우들이 다칠 가능성이 큽니다. 고난도의 무술 연기를 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자가 나옵니다. 칼싸움 장면에서 알루미늄 칼날에 베이거나 고공 점프한 뒤 착지할 때 허리나 무릎, 발목을 다치기도 합니다. 8개 공연팀 중 2개 팀에 해당하는 인원은 늘 부상 중이라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극단 예감은 점프 전용 공연장과 함께 국내 공연장에서는 유일하게 200m²(약 60평) 규모의 치료, 재활실을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8개의 병상이 있고 중국 한의학과 추나요법을 배운 4명의 의료진(팀 닥터)이 상시 대기합니다. 이들은 응급조치와 재활치료뿐 아니라 공연 전후 부상 방지를 위한 근력 강화 운동을 전담합니다.

2006년부터 팀 닥터를 맡아온 이성운 팀장은 칼날에 앞이마가 찍혀 8바늘을 꿰매거나 착지를 잘 못해 무릎 인대가 끊어진 경우에도 암전 때 응급치료만 받고 공연을 마친 경우도 있습니다. 이마가 찢긴 경우에는 지혈제를 바르고 스테이플러로 피부 조직을 임시 봉합하는 방법을 씁니다. 인대나 근육을 다친 경우에도 근육 수축을 도와주는 살색의 키네시오 테이핑을 합니다. 스포츠 선수의 투혼이 따로 없습니다.

이 팀장은 “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한 덕분인지 공연 도중 다쳐도 모르거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상 방지를 위해 보통 공연 전 2시간씩 근력 강화 운동을 시켜주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30분씩 마무리 운동을 꼭 하게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번 질문은 박찬희 씨(28·서울 노원구 공릉동)가 보내주셨습니다.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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