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26>君子坦蕩蕩하고 小人長戚戚하니라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논어’ 述而편의 이 장은 君子와 小人을 대비시켜 君子의 삶을 살라고 권하고 있다. 군자는 自主性(자주성)을 지닌 존재다. 군자가 존경받기 때문에 군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坦은 平坦(평탄)이니, 넓게 툭 터져 있음을 말한다. 蕩蕩(탕탕)은 걸림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형용어의 같은 글자를 둘 겹친 한자어를 疊語(첩어)라 한다. 坦蕩蕩은 外物에 의지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기에 마음이 平靜(평정)하고 외모가 느긋함을 말한다. ‘대학’에서 마음이 넓고 몸이 편안함을 가리켜 心廣體반(심광체반)이라 한 것에 해당한다. 坦蕩蕩은 세상을 내리깔아 보는 오만함이 결코 아니다. 주자(주희)는 “진정한 대영웅은 두려워 조심하며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군자의 坦蕩蕩은 深淵(심연)에 임하고 薄氷(박빙)을 밟는 듯이 戒愼恐懼(계신공구)하는 자세에서 우러나온다.

長은 항상, 늘이란 뜻이다. 戚戚(척척)은 근심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첩어다. 부귀에 汲汲(급급)하고 가난에 戚戚하는 것을 아우른다. 長戚戚은 영구히 마음속 근심이 떠나지 않음을 말한다. 소인은 외물에 휘둘리고 命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 戒愼恐懼하기에 조심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自主性이 없기 때문에 불안해한다.

목은 李穡(이색)은 “근심 없는 이가 성인이요, 근심을 해소하는 이가 현명한 사람이요, 근심 걱정으로 일생을 마치는 것이 소인이다”라고 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올바른 이념을 지켜 홀로 우뚝하여 煩悶(번민)이 아예 없는 존재가 성인이다. 번민은 들지만 거기에 빠지지 않고 그것을 해소해 가는 존재가 현명한 사람이다. 이에 비해 名利에 집착해서 근심 걱정으로 삶을 허비하는 사람은 소인이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닮으려 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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