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시대엔 종교인 역할 더 커져”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익산=박영철 기자
익산=박영철 기자
원불교단 행정 총괄 이성택 교정원장

《“지식정보 시대는 무엇보다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신을 창조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종교인들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더욱 고민해야 합니다.”》

다음 한 달간 이어지는 대각개교절 행사 준비에 바쁜 이성택 교정원장(66·사진)을 4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용동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났다. 교정원장은 원불교의 모든 행정을 맡는다. 대각개교절(4월 28일)은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은 것을 기념하는 원불교 최대의 종교 축일이다. 4월 한 달간 전국 500여 개 교당에서 ‘아하 데이’ 축제와 함께 무료 시술과 어려운 가정을 돕는 행사가 이어진다.

원불교는 국내에서 불교 가톨릭 개신교에 이어 4번째로 신도가 많다. 원불교에 따르면 등록신도가 70만 명에 이르고, 열성 신도는 30만 명이다.

이 교정원장은 총부 안에 있는 공회당(公會堂)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이 공회당은 원불교의 소박한 정신을 보여준다. 1929년에 세워진 이 함석지붕의 목조 건물은 당시 대중집회와 교육 공간이자 양잠 시설로도 사용됐다.

“원광대의 뿌리가 된 유일학림도 이곳에서 시작됐죠. 원불교의 초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서까래는 가늘고 기둥은 비뚤어져 있죠. 가난하지만 소박한 이 모습이 우리에게 정신적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보존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신도들의 모임 장소로 쓰고 있습니다.”

그는 불교와 원불교의 관계에 대해 “원불교는 한국에서 출현한 불교”라며 “둥그런 일원상(一圓相)은 깨달음의 마음자리로 원불교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총부 안 대각전에는 최초의 일원상이 봉안돼 있다.

최근 원불교는 초기에 비해 신도가 크게 늘지 않고 호남 지방에 신도가 몰려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문화의 ‘엑기스’는 종교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나 크리스마스는 특정 종교에서 출발해 사회의 문화가 됐죠. 우리는 신흥종교로 출발해 아직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수도권에 본부를 세우고 50여 개인 해외 포교당도 늘리겠습니다.”

그는 종교의 미래와 역할과 관련해 마음공부를 강조했다.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이름 참 잘 지었어요. 종교도 이제 ‘애니콜의 시대’가 됐죠. 어디서든, 어느 때이든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언제나 마음공부, 어디서나 마음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원불교의 힘을 남녀가 동등한 교단 분위기에서 찾았다.

“원불교는 여성이 최고성직자의 자리에 오르는 최초의 종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 교무가 남성보다 많고, 종법사(원불교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수위단은 남녀 동수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그는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어려움이 커질수록 상생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욕망은 더욱 커집니다. 소유 대신 꿈과 희망을 가져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곳곳이 부처님이고 일마다 불공이라 했습니다. 종교마다 표현은 달라도 마음을 열면 진리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서로 상생하고 대화한다면 이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익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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