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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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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월요일, 마을의 숫자가 몽땅 사라졌다.
연필, 볼펜, 분필로 숫자를 쓰려고 해도 족족 사라져 버린다. 수를 세기는커녕 덧셈, 뺄셈, 곱하기와 나누기도 불가능해졌다. 축구도 농구도 야구도 점수를 알 수 없어 할 맛이 나지 않았다.
채널이 몇 번인지 모르니 텔레비전도 볼 수 없고, 누가 몇 표를 받았는지 모르니 선거도 치를 수 없다. 돼지 저금통에 동전이 꽉 차도 얼마짜리 돈인지 알 수 없고 물건 값도 모른다. 번지 수를 몰라 편지나 소포를 부칠 수도 없다.
숫자 없는 시계로는 시간을 알 수 없고 달력도 날짜를 알 수가 없다. 전화번호부가 쓸모없어졌다. 컴퓨터, 전자계산기도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키, 몸무게뿐 아니라 내가 몇 살인지 알 수도 없다. 마을은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고양이인 고야옹 탐정이 숫자를 찾기 위해 나섰다. 마을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언덕 위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숫자를 빨아들이는 청소기였다. 숫자 도둑은 너구리. “세상에서 가장 긴 숫자를 만들어보고 싶었어.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고야옹 탐정은 너구리가 훔쳐간 숫자를 되찾아 마을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숫자 없는 생활이 얼마나 불편한지 묘사하면서 숫자의 쓰임새와 역할을 유쾌하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숫자 없는 상황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그림이 흥미를 더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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