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 ‘레볼루셔너리 로드’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타이타닉 커플’에서 ‘위기의 부부’로

디캐프리오-윈즐릿 깊어진 연기 볼만

만약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지 않았다면, 잭과 로즈는 어떻게 됐을까. 그들의 사랑은 영원했을까.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릿이 부부로 출연한 ‘레볼루셔너리 로드’(19일 개봉)는 타이타닉 커플에 대한 잔영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영화다. 두 배우는 ‘타이타닉’ 이후 11년 만에 함께 출연해 ‘위기의 부부’로 등장한다.

1955년 레볼루셔너리 로드 115번지. 이곳엔 윌러 부부가 산다. 연극배우 출신 에이프릴(케이트 윈즐릿)과 사무기기 판매 회사 직원 프랭크(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겐 토끼 같은 자식 둘도 있고 맨해튼 교외에 근사한 집도 얻었다. 내세울 건 없어도 남부러울 것 없는 평균적인 삶이다.

‘아메리칸 뷰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샘 멘더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195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헤집을지 기대할 것이다. 멘더스 감독 자신도 이 영화를 ‘배경만 교외로 옮긴 아메리칸 뷰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대부분 관객의 관심사는 타이타닉 뱃머리에서 새처럼 펼친 두 팔을 포개던 둘의 재회에 있다.

그런 관객에게 영화는 시작부터 당혹감을 안겨준다. 둘은 영화 초반부터 서로를 할퀴는 적나라한 대사들로 부부 싸움의 ‘진수’를 보여준다. “넌 넌덜머리 나” “역겨워”도 모자라 “남자라고 할 만한 구석이 있는 건지” “넌 총알이 아깝지 않은 여자야”…. 이 대사들은 신분을 뛰어넘은, 죽음만이 갈라놓았던 타이타닉 속 낭만은 일찌감치 깨버리라는 감독의 주문처럼 느껴진다.

‘타이타닉’에 출연했을 당시 디캐프리오는 24세. 한때 꽃미남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던 그는 이제야 현실에 발을 내디딘 서른 살 가장의 모습을 자연스레 연기했다. 반면 ‘타이타닉’에서 디캐프리오보다 한 살 어렸는데도 누나같이 보이던 윈즐릿은 제 나이를 되찾았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이마와 눈가에 파인 주름만큼 연기의 깊이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민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는 윌러 부부. 하지만 프랭크에게 승진의 기회가 오고 에이프릴이 임신하면서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한 곳을 바라보던 둘 사이는 각자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균열하기 시작한다.

사랑했던 추억과 꿈꿨던 이상마저 부정하며 황폐해지는 둘의 심리변화는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나눴던 타이타닉 커플이 연기했기에 더 현실감을 얻었다. 윈즐릿은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8세 이상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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