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라운 고사리손, 금세라도 꼼지락거릴듯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아기’(1917년·유화·110×110cm)

분홍빛 뺨과 순한 눈망울을 가졌다. 색동처럼 울긋불긋한 천이 물결치는 캔버스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갓난아기. 금세라도 작고 예쁜 손이 꼼지락대고, 달짝지근한 젖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올 듯하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착해지고 절로 미소 짓게 된다.

클림트가 세상 뜨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이다. 삶과 죽음을 파고든 그의 작품에서 아기는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생명의 순환이란 차원에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든 모습이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다르다.

공허한 인생을 상징하는 가냘픈 생명이 아니라, 삶의 향기를 듬뿍 담아 사랑스러운 아기를 그려냈다. 아기의 보드라운 손을 통해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절대 긍정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려고 한 것일까. 평생 세상과 부딪치며 치열하게 살았던 화가가 말년에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 문득 미당의 시가 떠오른다.


▲동아닷컴 박태근기자

‘울고/웃고/수그리고/새파라니 얼어서/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큰 이야기 작은 이야기들이 오보록이 도란거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괜,찬,타,…/괜,찬,타,…/괜,찬,타,…/괜,찬,타,…’(서정주의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문의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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