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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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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와 산업화의 길로 정신없이 달려가면서 우리들의 재생에 대한 믿음은 크게 위축 변질되고 말았다. 굿의 이해는커녕 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만연해 있다. 그것은 마음의 본향을 부정하는 상황임을 말해준다. 한국 무의 저승은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우리의 본향(本鄕) 세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거기에, 우리 마음에 조상이 산다.”》
굿, 민족의 신화와 상상력이 담긴…
샤머니즘은 17세기 후반 러시아 쪽에서 시작된 용어다. 당시 러시아인 탐험가들이 시베리아 퉁구스 부족들 사이에서 ‘샤먼(shaman)’이란 주술사를 접하고 소개했다. 우리 표현으로 하자면, 샤먼은 무당이며, 샤머니즘은 무속(巫俗) 혹은 무 정도가 적당하다.
한국에서 샤머니즘은 오랫동안 핍박의 대상이었다. 고려 때까지도 무속은 불교 유교 도교 등과 공존했으나, 성리학을 내세운 조선 왕조는 무속을 조직적으로 천대했다. 여기에 한국 전통신앙을 몰아내고 민족정신을 꺾길 원했던 일제의 강점기와 서구 합리주의를 내세워 무속을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현대사회에 이르며 무속은 멸시와 비판의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종교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이런 냉대는 불합리하다. 인류 문화는 어떤 것이든 일정한 의미를 가지며 소중하다. 저자가 볼 때 한국에서 굿은 한국 샤머니즘의 정점이다. 때문에 한국의 가장 오래된 기층종교의 발현이자 예술성과 축제성, 신화적 요소가 고루 갖춰진 복잡한 전통으로 굿에 집중한다.
“굿은 덜 조직적이고 산만한 것처럼 보이나, 신내림이 왕성하고 인간 감정의 표현이 직접적이고도 생생하다. 축제판처럼 흥분의 기운이 감돌고 어수선하기도 하나, 신화가 펼쳐지는 카오스의 세계란 원래 그렇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엄밀한 구조와 원리가 작용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신령과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종교체험의 세계이다.”
책에 따르면 굿은 여러 종류가 있고, 운영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명칭만 봐도 망자의 넋을 하늘로 보내는 망자천도굿이 진오기 또는 새남굿(서울 경기), 씸깃굿(전라), 오구굿 또는 시왕굿(동해안 지역) 등으로 지역에 따라 바뀐다. 저자는 이 가운데 한국 사회 문화의 중심이라 할 만한 서울 경기 지역에서 시행된 대표적인 굿, 천신굿과 새남굿을 분석한다.
천신(薦新)굿이란 글자의 뜻 그대로 계절의 새로운 소산을 신령에게 올리는 굿이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꽃맞이굿’ ‘잎맞이굿’ ‘햇곡맞이굿’ ‘신곡맞이굿’ ‘단풍맞이굿’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 모두 천신굿이다. 비슷한 양식의 재수굿이 서민들이 주로 하던 굿이라면, 천신굿은 상류층이나 부유층이 격식을 갖춰 제대로 놀던 것이다.
반면 새남굿은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망자를 천도하는 굿이다. ‘새남’이란 말 자체에 서방 극락세계에서 ‘살아나길’ 염원하는 재생(再生) 신앙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굿은 많은 레퍼토리에 화려하고도 정교한 구성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한국 무속에 담긴 내세관(來世觀) 내지 저승관 또는 지옥 및 영혼 관념이 잘 표현돼 있다.
저자가 이렇듯 굿에 관심을 보인 것은 굿 자체에 한국인 마음의 본향이 스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음의 본향이란 그리움과 신화와 상상력의 세계이다. 꽃과 재생이 살아 숨쉬는 ‘새남’의 세상이다.
“마음의 본향이 살아나고 거기에 꽃과 재생의 상상력이 싹트면 한국 자연의 본향도 금수강산으로 살아날 것이다. 한국 문화 주체성과 신명을 되찾아야 21세기 한국인 가치관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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