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뮤지컬 신고①]軍뮤지컬 ‘마인’ 양동근·강타·재희 “문화콘텐츠로 나라 수호”

  • 입력 2009년 1월 30일 08시 15분


까까머리 삼총사 “충성! 뮤지컬 신고합니다”

군인들이 총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30일부터 국내 최초 뮤지컬 부대의 공연이 다시 시작된다. 뮤지컬 ‘마인’은 지난 해 서울, 광주, 부산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과천시민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배우도 군인이고, 음향, 조명 등을 담당하는 스태프도 군인이다. 라이브 연주 역시 군악대가 맡았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40여 명의 군인들은 억누를 뻔한 개인들의 끼를 발휘했다.

지난 해 폭발적인 관객 반응에 힘입어 올해는 과천과 고양에서 재공연을 한다. 제작진은 상업 뮤지컬을 만드는 전문가들이지만, 배우나 일반 스태프는 출연료를 따로 받지 않는 군인들이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게 들었다.

“딱딱하고 계몽적이지 않을까? 군인들만 보는 거 아냐?”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재미있다. 이색적이다. 유쾌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의외로 끝내준다”는 입소문을 탈 만 했다.

뮤지컬 배우 중에는 일반 군인으로 뮤지컬 부대에 파견된 강타, 양동근, 재희가 있다. 강타는 현재 제8보병사단 오뚜기부대 수색대대 일병이다. 양동근은 제3보병사단 백골부대 군악대 이병, 재희는 2탄약창 1탄약중대 이병이다. ‘마인’의 주인공 양동근, 강타, 재희가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셋을 만난 것은 성남육군종합행정학교 내무실이었다. 그들은 배우이자 동시에 군인으로서의 낯빛이 확연했다.

○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배우 양동근

“(사회의) 그 바닥은 10년 동안, 저를 멍들게 했어요.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파. 흘러넘쳐. 구멍 난 가슴에… 군에서 생각하면 (나가서) 이제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약관(스무살) 때 내가 이랬지’ 돌아보고. 불혹(마흔)이 오기 전에. 불어줘야겠어요. 내 마음대로…”

무엇을 불어주겠다는 것일까? 랩, 혹은 에너지? 개성 있는 대사? 양동근은 처음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너무 독특했다. 제대 후 이것저것 ‘불어줄’ 생각으로 군 생활을 견디고 있는 걸까? 지금은 뮤지컬 부대에서 랩과 노래를 불러준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대화에 인용하며, 뚝뚝 끊어 말하는 양동근 특유의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이 대체 뭐관데?’라며 시조를 읊듯 말해 저절로 웃음도 유발했다.

군복을 입은 양동근의 모습에서는 불쑥불쑥 영화나 드라마·연극에서 보여준 지난 캐릭터들이 튀어나왔다. 네멋대로 해라(MBC)의 착한 남자 ‘고복수’가 비쳐지기도 했고, Mr.깽(MBC)의 당당한 ‘강달고’의 모습도 보였다. 아이앰샘(KBS)의 소심한 ‘장이산’ 국어 선생님도 나타났다.

양동근은 이번 군대뮤지컬에서 은호(강타)의 오랜 친구 봉태를 연기한다. 현대무용을 전공했지만 비보잉에 이끌린 20대 청년 역이다. 껄렁껄렁하지만 능청스러운 캐릭터다. 그가 나오는 장면은 모조리 재미있다. 기존 양동근 드라마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자신의) 피가 늘 자유로워야 하고, 창조적이어야 하고 뻗어나가야 되는데…통제, 눌림, 억압, 뭐 이런 거를, 무대에 선 시간만큼 무의식적으로 발산한다. 뮤지컬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양동근은 말했다.

“군인 뮤지컬이라서 도리어 거부감을 느끼고 안 보는 관객도 있다”고 들려주자 “그래서 마인이 굉장히 중요하다. 변해야 한다. 물론 무기로 국방력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콘텐츠로 나라를 수호한다는 게 대단한 혁신이고, 새바람이다. 말 그대로 희망을 갖고. 군에 올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와서 젊은 2년을 인내 하나를 배워가려고 보내는 것보다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도 하고, 자기 발전도 찾아 간다”며 부대의 장점을 꼽았다.

“뮤지컬 사업에 좀 더 체계적인 여건이 생기면, 나라를 이끌어갈 뭔가 더 큰 힘이 생기지 않을까… 국방부 장관님, 네티즌들은 관심 있게 봐주시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위해 좋은 장이 마련돼야 한다.”

작품은 지난 해 관객 반응에 성공했고, 중국 해외 공연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군관계자와 기획사에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6월 400여명의 장병이 오디션에 지원해 10대 1의 높은 경쟁률도 기록했다.

뮤지컬 ‘마인’은 군대 자체를 문화콘텐츠로 이용해 특수한 분단 상황 속에서 입대를 앞둔 20대 한국청년들의 보편적 고민을 담아냈다. 게다가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군대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비보이의 열정을 극적인 재미로 이끌어냈다.

○ 군에서도 계속되는 도전, ‘강타’

“건방져질 나이에 가장 중요한 겸손을 배웠어요. 주변 사람들과 일들이 당연해지고, 무대 위에 서는 게 당연해지고… 여기선 그런 모든 게 소중해지죠. 뮤지컬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이고… 밖에서 자유롭게 창의적인 걸 만들어서 무대에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모든 게 통제되어 있어도, 군인으로서 문화를 전파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감수합니다.”

강타는 초지일관 겸손했다. 어떤 질문이든 자신의 변화된 심경을 풍부한 단어들로 전달하려는 욕구 또한 강했다. 서른하나 강타는 군대에서 인생의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사회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을 뮤지컬을 군인이기에 기회를 얻었다. 오랫동안 가요를 불러온 탓에 연기를 할 때는 주인공 은호의 모습이다가도 노래만 부르면 도로 강타가 됐다. 이번 앙코르 때는 일관된 은호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타는 요사이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게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군대에서 “굉장히 어려진 것 같다”고 했다. 20대 때는 도리어 나이가 많게 느껴져 전전긍긍했지만 지금은 성격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나이 때문에 도전하지 못한 것도 이제는 새로운 게 더 많이 보이고, 제대하면 뭘 해야지 하는 것도 보인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많이 했다. 뮤지컬 ‘마인’의 세 주인공을 순정만화의 뿌리인 ‘캔디 캔디’에 나오는 남자들에 굳이 비유하자면 강타는 ‘안소니’였다. 한결같이 부드럽고 친절하며, 섬세한 분위기를 풍겼다.

같은 동료인 양동근은 ‘스테아’, 재희는 ‘아치’ 같았다. 장미를 사랑하는 안소니는 정제된 말투의 귀공자 스타일이며, 멋스러운 아치는 장난 끼가 가득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캐릭터다. 발명을 좋아하는 스테아는 자기 세계가 뚜렷해 남과 섞일 것 같지 않지만, 오히려 특유의 멋으로 주변을 잘 이끈다.

○ 현재에 충실한 배우, ‘재희’

“뭔가 배우면서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파견 부대지만 이런 게 많아졌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입대할 때 나름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재희는 뮤지컬에 2차 멤버로 합류했다. 1차 공연을 DVD로 본 후 초연 멤버들의 실력에 깜짝 놀란 뒤 열심히 노력 중이다. “형들 등에 업혀서 쫄래쫄래 따라가는 심정”이라고도 했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공연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인’의 장점으로 여겼다.

재희는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지만, 얼굴이 굉장히 동안이다.

“주변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선을 긋는 게 싫어요. 가령 빨간 바지가 입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선을 그어 버리면 그 선은 불필요한 선이거든요.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저는 종종 나이를 잊어버려요.”

재희의 이 말에 양동근은 “네가 동안이니깐, 아직 빅뱅의 스키니 진이 어울리니까 그렇지”라고 핀잔했고, 강타는 “빨리 대답하기 싫은 거겠지”라며 웃었다.

재희의 얼굴은 뮤지컬 부대의 평균 연령인 이십대 초중반과 별반 차이가 없다. “거울 보면 배우로서 속이 상한다”는 그이지만 마인을 통해 재희의 다채로운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영화 ‘빈집’, ‘싸움의 기술’의 어둡고 엉뚱한 모습에서 드라마 ‘쾌걸춘향’의 경쾌한 모습까지 뮤지컬 ‘마인’에서도 십분 드러난다.

재희는 강타와 싸우는 반항적인 댄서 역을 맡았다. 양동근의 말대로 스키니진을 입고 등장하기도 하고, 짧은 군인 머리를 위로 쓸어 올려 독수리 머리깃털 같은 헤어스타일도 선보인다.

마인은 군인 재희와 배우 재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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