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eekend]“피부에 보약 한첩” 신세대도 열광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최근 나온 한방화장품들은 한약 특유의 냄새는 줄이고 한방 성분의 장점을 살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10, 20대 여성을 공략한 저렴한 제품과 ‘그루밍족’을 위한 남성 전용 라인이 인기. LG생활건강 ‘수려한 윤하라인’의 모델인 탤런트 수애 씨. 사진 제공 각 회사
최근 나온 한방화장품들은 한약 특유의 냄새는 줄이고 한방 성분의 장점을 살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10, 20대 여성을 공략한 저렴한 제품과 ‘그루밍족’을 위한 남성 전용 라인이 인기. LG생활건강 ‘수려한 윤하라인’의 모델인 탤런트 수애 씨. 사진 제공 각 회사
한방 화장품은 아줌마 전용?

《지난해 5월 전남 목포의 한 작은 항구. 잔뜩 찌푸린 날씨에 아모레퍼시픽 한방과학연구팀 노호식 연구원은 난생 처음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행 ‘통통배’에 몸을 실었다.

5시간 이상 가야 하는 뱃길은 생각보다 높은 파도에 쉽지 않았다.

노 연구원은 출항 10분 만에 올라오는 구토에 배를 부여잡아야

했다. 전문 ‘뱃사람’도 아닌 그가 험난한 가거도행은 대체 왜 자처했을까?

“새로 내놓을 한방화장품에 넣을 ‘토후박’(후박나무의 껍질)이 필요했어요. 청정지역에서만 자란다는 후박나무는 특히 껍질에 천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피부 재생 효과는 최고거든요.”》

조선 문헌 뒤져가며

업체들 과학화 몰두

남성용도 인기 몰이

○ 과학과 연구의 결정체, 한방화장품

1997년 아모레퍼시픽에서 내놓은 첫 한방화장품 ‘설화수’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LG생활건강과 소망화장품 등 후발주자도 연이어 한방화장품 라인을 선보였다. 덕분에 첫해 2%에 불과했던 전체 화장품시장 중 한방화장품의 점유율은 10여 년 만인 지난해 22.4%로 급성장했다.

최근 닥친 ‘시장 포화’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업체들이 택한 길은 ‘과학’.

1972년부터 한방미용법 연구를 이어 온 아모레퍼시픽은 기술연구원에 한방화장품연구팀과 한방과학연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소속 연구원들은 노 연구원처럼 좋은 한방 재료가 있다는 곳이면 직접 어디든 달려간다. 또 한국학중앙연구원, 이화여대, 경희대 등과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고 ‘규합총서’ 등 조선시대 양반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문헌을 연구해 제품 개발에 참고 한다.

“고전 문헌을 찾아 보니 조선시대에도 지금처럼 고운 피부와 흰 살결을 가진 남자가 ‘꽃미남’으로 통했더라고요.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남성 한방 제품 라인을 만들게 됐죠.”(한방화장품연구팀 하정철 연구원)

LG생활건강 역시 중국의 절세미인 ‘서시’의 미용 비법을 바탕으로 한 ‘수려한’과 궁중미용 비법 ‘후’ 라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전 기술연구원에 있는 국내 최초의 한방 전문 피부연구소인 ‘후 한방 피부과학연구소’에서는 기초한방과 발효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2007년 20여 명으로 시작한 이 연구소는 2010년 전문 연구 인력 100명을 목표로 한의사와 피부연구 전문가, 발효 전문가들을 향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 엄마만 쓴다고? 아빠도 쓴다!

아직도 ‘한방화장품=엄마 화장품’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올드’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TV 광고 모델만 살펴보더라도 한지민, 구혜선, 수애 등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의 ‘젊은’ 여성이 아니던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 회사인 TNS에서 18∼55세의 여성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34세의 젊은 층이 전체 한방화장품 소비자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미샤나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브랜드에서 연이어 ‘착한’ 가격의 한방화장품을 내놓는 덕분에 나이 어린 여성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샤의 한방브랜드 ‘미사(美思)’는 현대식 발효 기법을 응용해 피부 노화 속도를 늦춰준다.

‘미사 초보양’ 스킨과 토너를 손에 덜어 얼굴에 바르기 전에 잠깐 기다리면 손의 온기가 제품을 살짝 덥혀 피부 흡수가 더 원활해진다. 제품을 바를 때에도 문지르지 말고 살짝 펴 바른 뒤 10초 정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면 화장품 성분이 피부 깊숙이 흡수된다고 한다.

더페이스샵은 ‘젊은 자연한방’ 콘셉트로 20, 30대 전문 한방화장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케이스. 전통 수묵담채화의 표현 기법을 응용한 ‘린’은 피부의 면과 선, 색이 살아 있는 화장을 돕는다.

음주와 흡연에 찌든 한국 남성들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남성 전용 한방화장품도 인기 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소망화장품에서 3년간의 연구 끝에 야심 차게 내놓은 남성 라인 ‘다나한 효용고 포 맨’은 10가지 한방 생약성분에 발효 녹용과 발효 경옥고를 더해 피부 개선 효능을 배로 끌어올린 제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주름개선과 미백 기능성에 대한 허가를 받기도 했다.

‘선(先) 스킨 후(後) 로션’ 공식에만 익숙한 남성들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정양라인’을 내놓았다. 스킨, 로션 외에 무엇인가를 ‘더’ 원하는 ‘그루밍족’을 위한 정양 크림은 눈가와 입가의 주름을 집중 관리해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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