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원작의 힘’ 전할 번역가 드물어”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6분


메릴 美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 원장

“한국문학 중에는 원작이 가진 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만한 번역 작품이 드뭅니다. 번역가는 문학을 소개하는 창문 역할을 하는데 한국문학은 이런 사람이 거의 없어 미국 독자들에게 영향력이 약합니다.”

크리스토퍼 메릴(52·사진)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IWP) 원장이 여행기 ‘숨은 신을 찾아서’(민음사) 출간을 맞아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IWP는 문학교류 증진을 위해 매년 세계 각국 작가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이다. 40여 년간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무크를 비롯해 한국의 황지우, 나희덕 시인 등 120개국 1200여 명의 작가를 초청했다. 시인이자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미국도서상’의 심사위원인 메릴 원장은 황지우 씨 등 국내 시인의 시선집을 영어로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황 시인에 대해 “미국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지닌 슬로베니아 시인 토마주 샬라문에 견줄 만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고, 소설가 김영하 씨 등 국내 작가에 대해 “IWP를 다녀간 수많은 작가 중에서도 빛나는 작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문학을 많이 읽는데 이는 하워드 골드블래트라는 중국문학 번역가가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면서 문학적 감수성이 있고 한국어를 잘 아는 번역자를 적극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출간되는 ‘숨은 신을 찾아서’는 그가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동방 정교회의 성산(聖山) 아토스를 순례하고 쓴 책이다. 그는 “신성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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