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박정희 前 대통령, ‘세종대왕처럼 되고싶다’더군요”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사진 제공 조계종출판사
사진 제공 조계종출판사
■ 회고록 낸 前조계종 총무원장 고산스님

“부처님은 하루 6시간 자면 충분하다고 했어요. 올해가 소띠 해인데 세끼 밥 먹는 데 세 시간 쓰고, 나머지 시간에 부지런히 움직이면 위기도 모면하고 어려움이 없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스님들에게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傳戒) 대화상으로 추대된 고산(76·사진) 스님이 최근 회고록 ‘지리산의 무쇠 소’(조계종출판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스님이 1945년 출가한 뒤 60여 년간 수행하며 겪은 종단 안팎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님은 서울 조계사, 대구 은해사, 하동 쌍계사 주지와 호계원장, 총무원장 등의 소임을 맡으면서도 선방과 강원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쓸 때도 하루 10시간 밭일을 꼬박꼬박 하면서 원고를 정리했다.

제목에 나오는 무쇠 소가 바로 스님이다.

“고집이 세다고 해서 (나를) 무쇠 소라고 하데요. 성질이 급해 야단을 쳐도 인정사정없이 쏜다고 해서 땅벌이라고도 하고.(웃음) 누가 뭐래도 바른 일은 그대로 밀고 나가고, 할 일은 해야죠.”

이 책에는 스님이 경전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화엄경 한 질을 얻으려다 시비가 붙는 바람에 주먹을 휘둘러 승적을 박탈당할 뻔한 젊은 시절의 사연과 1998, 99년 총무원장으로 혼란에 빠진 종단을 정비하는 과정도 실려 있다.

스님은 최근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과 정치적인 갈등에 대한 해법을 묻자 “윗사람과 아랫사람 모두 그 ‘노릇’을 잘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물위걸용지인 능위서타지인(勿爲乞容之人 能爲恕他之人·남에게 용서를 구걸하지 말고 남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돼라).’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나눔이 있어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1960년대 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대통령이니 부족한 것이 없겠다’고 하자 ‘세종대왕처럼 되고 싶다’며 웃더군요. 인생을 8고(苦)라고 하죠. 여기에 남과 비교하면서 부족함을 자책하는 ‘비교부족고’를 하나 더 넣고 싶습니다. 아마 부처님이 깜빡 빠뜨리신 것 같아요.(웃음)”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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