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곤충 방귀가 지구를 질식시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6분



◇벌들의 화두/메이 R 베렌바움 지음·최재천 외 옮김/352쪽·1만4000원·효형출판

누구나 어렸을 적 곤충 채집 한 번쯤 나가봤을 것이다. 그만큼 곤충은 어린 시절의 관심사다. 이 책을 번역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아이들이 인형기 공룡기 기차기 다음에 곤충기를 거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곤충학과 학과장인 저자는 “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의 곤충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곤충학자”다. 경쾌한 문체와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곤충에 얽힌 기발하고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 곤충 에세이에는 곤충의 비밀, 문화와 일상에서 나타나는 곤충에 대한 인식, 곤충학자들의 삶이 버무려져 있다.

이야기는 개미의 수명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로 시작한다. 저자가 고서점에서 찾은 책에는 1874년 12월부터 1888년 8월까지 곰개미 종의 여왕개미 한 마리를 키운 이야기가 실렸다. 개미 한 마리를 14년 동안 키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유의 유머로 14년 개미 키우기의 대단함을 표현한다. “개를 14년 동안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잃어버리거나 커피잔 밑에 깔려죽게 만드는 사고는 절대 일어날 리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곤충을 방귀대장이라 부르며 곤충학자들이 “방귀를 웃음거리로 여기기보다 시급한 전 지구적 관심사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곤충에게서 방출되는 메탄이 가히 지구를 위협할 만한 양이라는 것이다. 1982년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는 전 세계의 흰개미가 매년 배출하는 메탄의 양이 지구 대기 메탄 농도의 3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곤충은 “압도적인 숫자를 생성하는 선택받은 집단”이기도 하다. 1908년의 과학자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집파리의 알들이 깨어나 유충이 다 생존한다면 인간은 넘쳐나는 파리에 묻혀 질식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과장이 아니다. 1911년 과학자들의 연구는 4월 15일에 번식을 시작한 암컷 파리 한 마리가 9월 10일이면 5조5987억 마리의 성체 집단을 생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915년의 연구는 5월 1일 파리 한 마리가 알을 낳은 뒤 8월에는 지구 전체를 14m 높이로 덮어 버릴 만한 수로 번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책은 일상에서 곤충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선입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보여준다. 저자는 “어린이 게임에서 곤충은 먹이를 향해 군침을 흘리는 흉포한 포식자로 자주 등장하거나 먹잇감으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어느 게임에는 황금을 찾기 위한 정복자를 쫓아내려는 무서운 생물체로 동그란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거미가 등장하는데, 타란툴라다. 저자는 타란툴라는 공중에 거미줄을 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들 장난감 중에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바퀴벌레는 망치로 내려치는 게임도 있다.

미국의 마약 퇴치 공익광고는 마약을 하느니 차라리 커다란 벌레를 먹겠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약보다 끔찍하다면 벌레를 먹는 것은 무시무시한 비정상적인 행동이어야 할 텐데, 벌레를 먹는 문화는 전 세계에서 나타난다”고 꼬집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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