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시위’ 수배자들 은신 100일째, 지쳐가는 조계사

  • 입력 2008년 10월 10일 19시 31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의 서울 조계사 은신이 100일째로 접어들면서 수배자들과 조계사 관계자, 경찰이 모두 피로감에 젖은 채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마무리되고 국민대책회의를 대체할 기구가 활동에 들어갔지만 이들의 농성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

쇠고기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조계사 농성수행 100일, 촛불문화제'를 연다.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구속자 석방, 수사 확대 금지 등 화해 조치 없이는 자진 출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장기간 수배 생활로 수배자들이 지친데다 단체 지휘력도 사실상 약화된 상태, 지난달엔 박 실장의 발언과 관련해 김광일 행진팀장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 반박하는 등 수배자들 간 내부 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답답하긴 경찰도 마찬가지. 경찰은 100일째 조계사 주변에 2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24시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로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결 기미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조계사 경계근무로 다른 업무는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불교계와 조계사의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다. 다음달 1일 열리는 대구·경북 범불교도대회도 '정부 규탄' 대신 '호법의지' 결의대회 형식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종교편향에 노했던 불교계도 한층 수그러진 것이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의 조계사 합류와 조계사 앞 우정총국공원에 차려진 '촛불횟칼테러 진상규명상황실'도 조계사 관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자칫 불법시위 주동자들을 조계종이 보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

쇠고기 시위를 주도했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해 전교조, 민주당 등 40개 시민사회단체와 5개 정당은 9일 가칭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연대기구'를 만들기 위한 회를 열고 국민대책회의 체제를 사실상 정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운 연대기구가 출범하는 25일 전후로 수배자들의 거취문제가 결정될 것"이라며 "11일 문화제가 사실상 국민대책회의의 마지막 집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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