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때마다 한국인들의 영화사랑 새삼 느껴”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수년 전부터 한국을 찾을 때마다 한국인들이 영화를 무척 사랑한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영화 ‘동사서독 리덕스’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왕자웨이(王家衛·50·사진) 감독은 9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동사서독 리덕스’는 1994년 개봉된 ‘동사서독’을 15년 만에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작품.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오른 이 작품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돼 한국에서 왕 감독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동사서독’은 장궈룽(張國榮) 량차오웨이(梁朝偉) 장만위(張曼玉) 린칭샤(林靑霞) 등 당대 인기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동사서독’은 무협영화이면서도 쿵푸 액션보다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치중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무협은 무술을 의미하는 ‘무’와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협’이 합쳐진 단어”라며 “이전 무협영화에는 ‘협’에 대한 것이 별로 없었는데 ‘동사서독’에선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게 주인공들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사서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영화도 없었을 것”이라며 “1998년 홍콩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동사서독’ 원판을 보관하던 현상소가 문을 닫아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사서독 리덕스’가 1994년 작품과 다른 점에 대해선 “1994년의 버전을 못 본 관객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말을 아끼겠다”며 “마지막 컷은 1994년엔 없던 것이니 유심히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미장센에 대해선 “사람의 기억이란 것이 강한 색감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왕 감독은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에 2000년 폐막작 ‘화양연화’, 2004년 개막작 ‘2046’ 등 6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부산=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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