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쉼표, 허브에 취할까 노을에 젖을까…

  • 입력 2008년 9월 24일 08시 36분


지난해 12월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다. 태안 해양 생태계는 정상화됐지만 어민들의 시름은 현재 진행형이고, 국민적인 관심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주말 여행지를 태안으로 정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주는 태안에서도 가장 풍광이 좋은 안면도로 떠났다.

안면도가 선사하는 근사한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을 제공한다.

○ 오션캐슬에서 노천선셋스파를 즐기다

안면읍 중장리에 위치한 오션캐슬 아쿠아월드는 국내 최초 해양형 스파 콘셉트로 지어져 서해를 바라보면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사우나를 마치고 노천선셋스파로 이동하면 탁 트인 바다와 각양각색의 풀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작은 점이 다소 아쉽지만 대신 눈앞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시원한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노천욕의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오션뷰스파는 특히 명당이다. 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곳에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공교롭게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코발트 색과 붉은 기운의 결합은 화선지에 먹이 퍼지듯 근사했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붓한 공간을 원한다면 프라이빗 스파 ‘파라디움’도 체험해 볼 만 하다. 2만원을 투자하면 4인 가족이 30분 간 자신만의 자쿠지에서 수압 마사지를 누릴 수 있다. 041-671-7060

○ 팜카밀레 허브에 취하다

현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찾은 팜카밀레 허브농원은 한마디로 ‘진주의 발견’이다. 남면 몽산리 4만3000제곱미터 부지에 보태니컬 가든, 라벤더 가든, 캐모마일 가든 등 9개의 테마 가든과 풍차 전망대, 허브 레스토랑&허브 숍을 갖춘 팜카밀레는 풍부한 허브를 비롯해 토피어리(식물을 동물 모양 등으로 다듬은 작품), 흰 염소와 비둘기 등이 곳곳에 위치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향기로운 허브를 느낄 수 있고, 걷다 지치면 곳곳에 마련된 벤치(햇살까지 막아준다)에 앉아 눈으로 허브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풍차 전망대에 올라가니 이 곳의 전경은 물론이고 반대편으로 몽산포 바다까지 보인다. 허브 사이로 자리 잡은 4채의 펜션은 동화 같다. 복층 구조에 발코니에서 온 가족이 맛있는 저녁과 정겨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다.

허브에 취해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를 누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철제로 만들어진 우주선과 외계인이다. 박정철 팜카밀레 대표는 “외계인도 팜카밀레의 매력에 반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041-675-3636

○ 꽃지 낙조를 보다

안면도에서 놓치면 정말 아쉬운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안면읍 승언리에 위치한 꽃지 해수욕장에서 낙조에 걸린 할미 할아비 바위를 보는 거다. 할미 할아비 바위는 통일신라시대 장보고의 명을 받고 전장에 나간 승언 장군을 기다린 미도부인이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수십 년을 기다리다 죽은 바위와 이후 폭풍우가 친 후 갑자기 우뚝 솟은 바위라는 재미난 유래를 갖고 있다. 두 바위 사이에 걸린 낙조가 정말 일품이다. 일몰을 한 시간이나 앞둔 오후 5시부터 꽃지 해수욕장 주차장 앞에 위치한 ‘출사 명당’에는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삼각대를 놓고 자리 잡고 있었다.

오후 6시께 어느덧 백사장은 물이 차고, 태앙의 가장자리가 오렌지 빛으로 변하면서 바다에 은빛 물결을 드리우면 수줍게 무대 뒤로 숨으려는 연인처럼 할미 할아비 바위와 태양의 근사한 작품이 완성된다.

이처럼 근사한 장면을 무료로(주차장도 돈을 받지 않는다) 볼 수 있으니 일몰 시간에 맞춰 꼭 가보기를 권한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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