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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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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추기경이 월보 제목 직접 정해줘
‘핸들 잡은 예수’를 아시나요?’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으로 공식 이름은 ‘서울대교구 가톨릭 운전기사 서울 사도회’다.
이 모임이 핸들 잡은 예수로 불리는 것은 1994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월보 덕분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운전기사 사도회 회원들의 체험수기를 읽고 “여러분이 바로 핸들 잡은 예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김 추기경은 월보 제목을 직접 ‘핸들 잡은 예수’라고 정해줬다.
1984년 창립된 이 모임의 봉사활동은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의 바깥나들이를 위한 차량 지원 서비스와 급식 배달, 소외 계층을 위한 집수리 및 도배 봉사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회원은 250여 명으로 쉬는 날을 이용해 3개조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손님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하루 12시간 일했다면 이제 15시간을 일해야 수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근무 시간이 늘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회원 모두 봉사에 ‘중독’돼 호출이 오면 빠지지 않습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우종석(64) 씨의 말이다.
택시 운전사의 모임이라는 특징을 살린 차량 지원 서비스가 봉사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각 지역의 복지관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비번인 근무조가 현장을 찾아간다. 복지관과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을 찾는 데 차량 출동이 많을 때는 60여 대까지 나간 적도 있다.
승객들이 이따금 택시 안에서 만나는 성금모금함도 힘이 되고 있다. 보기에는 작은 껌 판매통이지만 회원들은 지난 10년간 6억 원을 모금해 서울 지역의 보육원과 양로원, 복지관 및 소외계층에 지원했다.
회원들은 또 ‘예비신자를 위한 가톨릭 주요 기도문’ 등 가톨릭 관련 전단과 홍보 소책자를 권하면서 ‘달리는 선교사’ 역할도 하고 있다.
강봉수 씨는 올해 80세로 최고령 회원이다. 정년퇴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뒤 1981년부터 택시 운전을 시작해 창립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는 “쉬면 뭘 하느냐. 인생의 낙은 일하고 봉사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우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비를 들여 하루 100km씩 운행하는 분도 있다”며 “최근 고유가로 차량 서비스가 위축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