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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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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씨 지휘… 9, 10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등 연주
《“라 스칼라 필하모닉은 독일-오스트리아 악단의 균형감과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특유의 유려한 현이 조화를 이룬 특급 악단이다.” 2004년 동아일보사 초청으로 내한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렇게 소개했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이 9, 10일 정명훈의 지휘로 4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는 중국의 신세대 피아니스트 랑랑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9일) 등 러시아 레퍼토리와 함께 말러 1번 교향곡(10일)도 연주할 예정이다.》
한국인 지휘자와 중국인 피아니스트, 이탈리아 악단이 만들어내는 러시아의 서정이 어떨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은 150년의 역사를 통해 250여 편의 오페라를 초연한 명문 오케스트라. 오페라 극장의 명성에 가려 독립적인 교향악단으로는 덜 알려졌지만 1982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를 맡은 이후부터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는 콘서트만을 열어 ‘일 년의 절반은 오페라 반주, 절반은 콘서트’라는 전통을 확립하고 있다.
피아노 협연을 맡은 랑랑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5세 소녀 리무쯔와 함께 피아노 협주곡 ‘황허(黃河)’를 연주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슬프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파리에서 공연을 같이 했던 존경하는 정명훈 지휘자의 모국에서 함께 협연한다는 것에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에 이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정 씨는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를 맡는 등 이탈리아 악단과의 인연도 깊다. 2006년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내한공연 때 피아노 반주를 맡아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정 씨의 솜씨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 적지 않다.
올해 4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맥베스’로 데뷔한 테너 이정원 씨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은 대편성으로 사운드가 웅장한데도 앙상블이 잘 맞아 포근하게 느껴진다”며 “특히 현악부의 아름다움이 몸을 떨리게 한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극장은 정 씨에게는 음악적 고향이나 다름없다. 스승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오페라 지휘자로 데뷔한 극장이기 때문이다. 줄리니는 토스카니니의 추천으로 1953∼56년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정 씨도 2006년부터 다니엘 바렌보임, 리카르도 샤이 등과 함께 라 스칼라와 특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정 씨는 2007년 2월 라 스칼라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지휘했으며,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이번 아시아 투어(한중일)와 내년 북유럽 및 독일 투어의 지휘도 맡을 예정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의 전속 오케스트라가 러시아와 독일 레퍼토리만 연주하고 가는 것은 좀 아쉽다.
1996년, 2004년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가 무티와 함께 내한했을 때는 교향곡으로 편곡한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로시니 ‘굴리엘모 텔(빌헬름 텔)’ 서곡,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등 오페라 곡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9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5만∼16만 원. 031-783-8000, 1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7만∼17만 원. 02-518-7343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