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 “평생 품어온 詩心 비로소 꺼냈죠”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평생 가슴속에 있던 시에 대한 마음을 이제야 꺼내놓았습니다. 부끄럼도 들고 후련하기도 합니다. 50여 년을 돌아 시라는 종착점에 왔지만 이것이 곧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어령(74·사진)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30일 생애 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를 내놓았다. 1956년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이 교수가 시집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판간담회를 갖고 “나이만큼 많은 책을 썼지만 책 냈다고 간담회를 가져보는 건 처음”이라며 “평론을 포함해 소설 시나리오 에세이 희곡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다하고 드디어 시집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표제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포함해 61편. 대학시절 학교신문에 투고한 것부터 최근 것까지 망라됐다. 특히 2003∼2004년 일본 교토 일본문제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생활을 하던 시절에 쓴 것들이 많다.

“일흔 나이에 홀로 외국생활을 하니 여러 생각이 듭디다. 이때 가슴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온 것들이 시로 표현되더군요. 시라기보다는 내밀한 자기 고백과도 같은 글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시를 ‘딱정벌레의 배’에 비유했다. 딱정벌레의 등처럼 딱딱한 산문을 주로 써왔지만 배엔 항상 말랑말랑한 ‘흉부’가 있었다는 것.

“현대인들, 특히 동년배를 볼 때면 겉으론 강한 척 외치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슬픔과 기쁨이, 지성과 감성이, 믿음과 회의가 뒤섞인 삶이죠. 이번 시집에서 그런 공감대를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