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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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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국토를 가로지르는 인문학 지리서다.
‘작가기행’ ‘국토와 민중’ 등 여러 권의 기행문집을 집필했던 저자는 지리, 민속, 역사를 적절히 섞고 여기에 문학과 해당 지역에 얽힌 추억들을 양념으로 넣어 마치 옛이야기를 읽듯이 술술 읽힌다.
청계천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부근 추어탕집 주인의 동생이 4·19혁명 후 실시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나가 서울시의원이 됐다가 5·16군사정변 와중에 끌려가 졸경을 치렀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필자가 문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60년대 모습도 기억을 더듬어 나가며 펼쳐진다. 청계로4가 방산시장의 유래도 재미있다. ‘방산(芳山)’이라는 지명은 당시 그곳에 거주하던 거지들이 오물을 쌓아 악취가 심했는데 이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해 ‘향기(芳)’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영남대로를 설명하는 글에서는 신경림의 장편 서사시 ‘새재’와 소설가 권운상의 ‘녹 슬은 해방구’의 무대였음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400여 쪽씩 3권으로 이뤄진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한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되는 재미가 있다.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 등 전국을 다루는 데다 각 지역에 대한 지리 역사 풍속 등 정보가 많이 담겨 있어 여름 휴가철 국내 여행길에 오를 때 가이드북처럼 갖고 가는 것도 좋겠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