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한국 中企, 글로벌 틈새시장이 살길”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 히든 챔피언/헤르만 지몬 지음·이미옥 옮김/620쪽·3만 원·흐름출판

‘히든 챔피언’ 저자 헤르만 지몬 e메일 인터뷰

세계 1등을 달리지만 경제학자도 언론도 애널리스트도 모르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 저자는 이들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렀다.

그가 찾아낸 2000여 개의 ‘작지만 숨은 강자들’을 분석해 보니 평균 기업수명 61년 이상, 매출액 4340억 원, 성장률 8.8%, 세계 시장점유율 33% 이상, 해외지사 24개에 이르렀다. 이 책은 독일 출신의 유명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사진) 씨가 20여 년간 기업들의 속내를 파고든 역작이다. 지몬 씨는 컨설팅 회사인 ‘지몬-쿠허&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의 사업 보고서, 언론 기사와 설문 조사를 거쳐 찾아낸 2000여 개의 ‘히든 챔피언’ 가운데 500여 개 기업을 추려 집중 분석했다.

지몬 씨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히든 챔피언’의 특징으로 “목표에 집중하되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는 단순하게 분권화하고 기업 특성에 맞는 새로운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도전 정신” 등을 꼽았다. “아웃소싱이나 전략적 제휴 등 기업들이 쉽게 선택하는 경영 스타일에서 벗어나라. 아웃소싱은 품질을 저하시킨다”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히든 챔피언’의 초판본은 전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됐고 1996년 한국에서도 ‘숨은 강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펴냈는데 차이점이 뭔가.

“완전히 새로운 책을 썼다. 책의 부피도 두 배는 두꺼워졌다. 초판본은 독일의 457개 ‘히든 챔피언’을 다뤘다. 이번에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독일어권 여러 나라의 강소기업 1316곳을 조사했다. 기존 ‘히든 챔피언’들도 예전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화 조류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과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이런 새로운 변화를 반영했다.”

―왜 세계화 속에서 ‘히든 챔피언’에 주목해야 하나.

“‘히든 챔피언’들은 세계화 과정의 모범적 모델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50곳 이상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분석 결과 이들의 상대적 세계 시장점유율(한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가장 강력한 경쟁회사의 시장점유율로 나눈 것)이 1996년 1.56에서 2.34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이 전 지구적 경쟁에서 무서울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히든 챔피언’들은 처음부터 세계화를 목표로 했다. 이들은 세계화를 통해 좁은 시장을 넓게 만들었다. 자국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타국에서 시장을 펼칠 열린 태도를 지녔다.

―현재 세계의 대기업들도 앞으로 ‘히든 챔피언’으로 변모해야 하나.

“세계적 대기업은 물론 존재할 권리가 있다. 큰 시장에서는 큰 회사가 필요하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은 그리 크지 않으며 국가 경제가 대기업의 힘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독일 경제의 놀라운 수출력은 바로 ‘히든 챔피언’들 덕분이다. 대기업도 자신들의 시장에서 ‘히든 챔피언’들과 비슷하게 행동해야 한다. 목표에 집중하되 각각의 분야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분권화된 단위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 대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지나치게 중앙 집권화돼 있어 외부 변화 적응에 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히든 챔피언’에 해당하는 강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대기업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강소기업이 선도하는 작은 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큰 시장으로 분권화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시장의 분권화는 세계화 흐름에서 중요하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큰 시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세계화 흐름에 합류할 수 없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좀 더 빨리 세계화를 하고 더욱 단호하게 이 길을 가야 한다. 강소기업은 대기업들의 큰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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