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7>筍借一風爭作竹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筍(순)은 대의 싹인 竹筍(죽순) 또는 대의 푸른 껍질이다. 石筍(석순)처럼 죽순 모양의 것도 가리킨다. 筍席(순석)은 연한 대의 껍질로 만든 자리이고, 筍輿(순여) 또는 竹輿(죽여)는 대로 엮어 만든 뚜껑 없는 가마이다.

借(차)는 빌리다의 뜻이다. 借劍(차검)은 신하가 군주의 노여움을 사면서까지 직간하여 간신의 제거를 청하는 것을 비유한다. 借箸(차저)는 漢(한)의 張良(장량)이 밥 먹던 왕의 젓가락을 빌려 당시의 형세를 그려 보이며 정책을 논한 데서 유래한 말로, 남을 위해 계책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借風使船(차풍사선)은 바람을 빌려 배를 부리다, 즉 정세나 상황을 따르다의 뜻이다.

一風(일풍)이라고 한 것은 바람이 불 때마다 그러함을 강조한 것이다. 爭(쟁)은 중간에 어떤 물체를 두고 그 아래와 위에 손을 표시하여 서로 끌어당기는 것을 나타낸 것의 변형이다. 競爭(경쟁)처럼 다투다의 뜻, 抗爭(항쟁)처럼 싸우다의 뜻, 爭訟(쟁송)처럼 따지다의 뜻 및 爭奪(쟁탈)하다의 뜻이 있다. 作(작)은 ∼이 되다 또는 ∼역할을 하다의 뜻이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이면 대의 싹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심지어 바람이 불 때마다 자라는 듯 빠르게 자라 숲을 이룬다. 또 ‘제비는 새끼들이 나뉘어 따로 둥지를 튼다’는 말도 있다. 그렇게 새로운 생명체가 왕성하게 자라나 세대교체를 이룬다.

자그마한 아이가 계절이 변할 때마다 훌쩍 크고,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면 어느 틈엔가 벌써 성인이 되어 짝을 찾는다.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았던 어린 학생들도 어느 틈엔가 사회의 주인공들이 되어 힘차게 활약한다. 다만 그렇게 빠른 성장과 변화가 못내 아쉬운 사람도 많다. 宋(송) 楊萬里(양만리)의 ‘春盡感興(춘진감흥)’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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