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돼지코 달고 나온 귀족가문 외동딸…영화 ‘페넬로피’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금지옥엽 외동딸이 돼지코를 달고 태어났다.

많이 놀랐지만 ‘완벽하게 예쁜 코를 만들어주면 되지 뭐’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며 초일류 성형외과를 찾아간 귀족 재산가 부부.

그런데 검진을 마친 의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코 속으로 경동맥이 지나가고 있어요. 수술하면… 죽습니다.”

죄 많은 조상 탓에 저주받은 코를 달고 태어난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페넬로피(Penelope·사진)’. 이 영화는 “코가 못생겼으면 수술하면 되잖아?”라는 관객의 의문을 이렇게 원천봉쇄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경동맥은 머리로 피를 보내는 혈관. 하지만 실제로 경동맥이 코 내부를 관통하는 기형이 있을까.

“재미있지만 억지스러운 발상입니다. 설령 경동맥이 코 속을 지나간다고 해도 현대의학 기술로 보정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방사익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

영화 속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는 현대의학의 도움 없이 진실한 사랑의 힘으로 저주에서 풀려난다. 페넬로피를 구원하며 자기 자신의 삶도 구원하는 착한 남자 맥스(제임스 매커보이). 그의 매력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큰 미덕이다. 2005년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염소다리 ‘툼누스’ 역을 맡아 보여줬던 해사한 미소. 여전하다.

번듯한 남편감과 함께 앙증맞은 ‘사람 코’를 얻고 예뻐진 딸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 허영심 많은 페넬로피 어머니는 성형수술로 코를 좀 더 높이라고 권한다.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외면하는 가족들에게 그녀가 절규한다.

“왜? 내 생각이 틀렸어? 다들 예뻐지려고 미친 세상이야!”

코는 쌍꺼풀과 함께 가장 흔하게 성형을 하는 부위. 하지만 페넬로피 어머니는 “코 성형 후 염증으로 수술부위가 수축해 들창코가 되는 부작용이 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외모보다 성품이 중요하다’는 주제를 견지한 이야기의 흐름이 어머니의 돌변으로 결말부에서 살짝 기우뚱하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널찍한 주걱턱으로 유명한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 처음으로 만든 영화에서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12세 이상 관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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