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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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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가 한국인의 시각으로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고찰한 책이다. 구석기, 조몬 시대(기원전 1만 년경∼기원전 300년의 일본 선사시대), 일본 최초 문명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부터 사무라이 막부의 중세, 근대, 침략전쟁 시기, 현대 일본 사회까지 두루 살폈다.
일본사를 연대기순으로 배열하기보다는 한국과 비교 분석한 것이 특징. 일본은 7세기 말 성립된 고대 중앙집권 국가가 8세기 초 나라(奈良) 시대에 급속히 쇠락했다.
저자는 고대에 중앙집권 국가를 세운 우리와의 차이를 섬으로 고립된 지형 상황에서 찾는다. 한반도는 중국 등 이민족의 위협에 노출돼 이들의 침입으로 파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왕권을 강화했지만 일본은 그런 절박성이 없었다는 것.
무엇보다 이 책은 일본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신도(神道)를 집중 해부한 점이 주목된다. 일본은 신사 8만여 곳에서 수많은 신을 모신다. 집, 음식점, 상가, 기업에서 각자의 신을 모시는 불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도는 만물에 정령이 있다는 애니미즘의 성격이 강하다. 야요이 시대를 거쳐 12세기 사무라이 막부가 등장한 뒤에도 이 원시신앙 체계는 변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 원시신앙이 있었지만 일본처럼 사회의 주류로 지속돼 온 곳은 없다.
저자는 신도를 이해하는 것은 일본의 전부를 아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사무라이 막부 시대 일본 천황이 ‘허약할 정도’로 권력이 약해졌는데도 막부가 천황을 죽이지 않은 까닭도 신도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천황은 일본인을 지배한 신도와 직결됐다. 사무라이들은 사후의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천황을 섬겨야 했다.
신도가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한국과 달리 왕권이 강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을 지배하는 체제가 미약해 원시신앙이 훼손되지 않은 것. 저자는 여기에 지진 화산 태풍이 빈번한 자연환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불교 등 추상적인 고등 종교보다 신도에 의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