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젊어졌다…지난해 20대 산모 늘고 30대 줄어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회사원 최윤수(가명·29·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는 2주 전 첫아이를 낳았다. 2005년 결혼한 최 씨는 한동안 임신을 미뤄 왔다. 일에 대한 욕심뿐 아니라 주변 직장 동료들을 보면 20대에 결혼해도 애는 30대에 낳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난해 마음을 바꿔 아이를 가졌다. 친한 선배가 30대 중반에 출산한 뒤 건강이 나빠진 사례도 보았고, 늦게 결혼해 자녀들이 대학도 가기 전에 직장에서 밀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일찍 낳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최 씨는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사회생활의 장애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건강할 때 낳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산모가 젊어졌다=동아일보가 1일 입수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07년 산모 신생아 분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47만1414명 중 20%인 9만4933명의 산모 나이를 분석한 결과 2003년에 비해 35세 이상 ‘고령 출산’은 줄어든 반면 20대 출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5∼39세 산모 비율은 2003년 12.6%, 2004년 13.7%, 2005년 15.2%, 2006년 17.7%로 계속 증가하다가 2007년 14.9%로 낮아졌다.

40∼44세 산모는 2.0%(2003년), 1.8%(2004년), 1.8%(2005년), 2.4%(2006년)에서 2007년 1.7%로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5세 이상 여성의 출산을 ‘고령 출산(late childbearing)’으로 보고 있다.

30∼34세 산모도 49.2%(2003년), 48.4%(2004년), 48.3%(2005년) 48.7%(2006년)로 48∼49%대를 유지하다가 2007년 44.6%로 떨어졌다.

반면 25∼29세 산모 비율은 31.2%(2003년), 31.3%(2004년), 30.2%(2005년), 26.8%(2006년)로 줄어들다가 2007년 33.1%로 늘어났다.

20∼24세 산모는 2003년 4.7%, 2004년 4.5%, 2005년 4.3%, 2006년 3.9%로 감소하다가 2007년 5.1%로 5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젊어서 낳아 건강하게 키울래요”=30세 이상 출산이 줄고 20대 출산이 증가하는 것은 고령 임신과 출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모가 선천성 기형인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를 낳을 확률은 30대 중반부터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35세 이상 임신부는 20대에 비해 유산 위험성이 3배 이상 높다.

최태윤 순천향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30대 후반이나 40대에 임신하는 여성은 유산, 조산, 기형아 출산과 임신중독증, 임신당뇨병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찍 자녀를 낳아 기르고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것도 산모 연령이 젊어지는 이유다.

또 과거에는 결혼이나 출산 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출산 후에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김성희 인구보건복지협회 보건의료지원팀장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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