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키 1.5mm… 소년 토비의 ‘험난한 세상 속으로’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01분


◇ 토비 롤네스(2권)/티모테 드 퐁벨 지음·김주경 옮김/420, 444쪽·각권 9500원·주니어김영사

토비는 키가 나이에 비해 큰 편은 아니다. 1.5mm. 혹시 단위가 틀린 것 아니냐고? 아니 틀림없는 mm다. 토비는 한 그루 나무가 온 세상이라 믿는, 미지의 생물체니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커다란 나무 하나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인간과 별 차이도 없다. 나무를 경작하고 진딧물과 애벌레를 가축으로 키운다. ‘크기’만 다를 뿐이다.

그 토비가 지금 동족으로부터 쫓기고 있다. 잡히면 죽음이다. 무섭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뒤를 쫓는 무리엔 어릴 적 단짝친구 레오까지 끼어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토비를 이렇게 대접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는 나무 세상에서 존경받는 과학자였다. 종이를 발명한 것도 나무의 기원을 알아낸 것도 아버지의 공적. 결국 기계를 움직일 에너지의 원천인 ‘수액의 원액’까지 찾아냈다. 그러나 그때부터 토비네 가족의 운명은 변하기 시작한다.

‘토비 롤네스’는 만화 같은 얘기다. 하지만 그 ‘마이크로 세계’ 속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은 안중에 없는 자본가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 눈앞의 이익 때문에 진실을 몰라보는 대중, 무분별한 개발 탓에 신음하는 나무…. 완전한 ‘지구 복사판’이다.

그리고 그 속엔 영웅 ‘토비 롤네스’가 있다. 아버지의 신념을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토비는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영원한 엘리샤가 기다리고 있다. 고난을 헤쳐 나가는, 다소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스토리와 억지스럽지 않은 메시지. 그 적당한 버무림이 긴장감 있게 이어진다.

성장모험 소설은 누구에게나 재밌다. 해리 포터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은 것도 판타지 속에 한 소년의 성장기가 담겼기 때문이다. 토비 롤네스 역시 마찬가지다. 대단한 마법은 등장하지 않지만 청소년의 희망과 용기가 가득하다. 그 꿈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는다. 꿈을 꾸는 건 우리의 권리니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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