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44>海內存知己, 天涯若比隣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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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內(해내)는 나라 안이자 온 세상을 가리킨다. 고대에는 중국이 바다로 둘러싸였다고 여기며 밖의 세상은 무시했기 때문이다. 存(존)은 존재하다 또는 생존하다의 뜻으로, 存亡(존망)은 생존과 멸망을 뜻한다. 또 보존하다의 뜻도 있으니, 存置(존치)는 없애지 않고 그냥 둠을 뜻한다. 知己(지기)는 자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다. 知音(지음)도 같은 말이다. ‘史記(사기)’에는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이라는 말이 보인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한다는 말이다. 봉건적인 색채가 짙기는 해도, 知己(지기)의 소중함은 지금도 그와 다름이 없다.

涯(애)는 물의 가장자리 또는 끝이다. 天涯(천애)는 하늘의 끝, 즉 아주 먼 곳을 뜻한다. 若(약)은 ∼과(와) 같다는 뜻으로 如(여)와 쓰임이 같다. 比(비)는 앞뒤로 붙어 있는 두 사람의 옆모습이다. 나란하거나 가깝다 또는 친하다의 뜻과 이웃의 뜻이 있다. 비교하다 또는 비유하다의 뜻도 있다. 隣(린)은 (린,인)(린)으로도 쓰며, 이웃이나 이웃나라의 뜻, 가깝거나 친근하다의 뜻이 있다. 比隣(비린)은 가까운 이웃을 가리키는데, 다섯 집이 한 단위였던 고대의 호적 편제이기도 하다. 가까운 친구와 헤어진다 해도 그리 슬퍼할 것은 없다. 이 세상 어느 곳도 모두 그로인해 이웃처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더 넒은 세상을 이웃으로 둘 수 있어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 그런데 한 차원 더 높은 天涯若比隣(천애약비린)의 의미는 태안의 해변에서 빛났다. 멀리에서 기름 제거를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이다. 唐(당) 王勃(왕발)이 친구와 이별하며 쓴 ‘送杜少府之任蜀州(송두소부지임촉주)’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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