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중요하다’와‘소중하다’의 차이는?…‘마음사전’

  • 입력 2008년 1월 19일 04시 13분


◇마음사전/김소연 글·사진/320쪽·1만2000원·마음산책

이 산문집은 독특하다. 형식에서 자유로운 에세이와 달리 주제를 잡았다. 눈에 보이는 대상이면 풀어가기 쉬울 텐데, 까다롭게도 ‘마음’에 관한 글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꽤 흥미로워진다. 우리 마음의 무늬가 이렇게 수없이 많았구나.

10여 년 동안 마음에 관한 낱말을 모아서 적어 왔다는 김소연(41) 시인. 이 산문집은 그가 추려낸 낱말들에 대한 정리다. 제목 그대로 ‘마음사전’인 셈. 가령 ‘기대’라는 것은, “채워지면 더 커지고 도착하면 더 멀어지는 목표점”이며, “기대하는 마음은 기대하는 세상을 조금씩 갉아먹어 가면서 무너뜨리며 동시에 자신도 무너져 내리게 한다”.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향하여 손을 뻗게” 되며, “불안한 사람이 엉뚱한 것들에게 손을 뻗어 엉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들 틈에서 자기를 둘러싼 반경 밖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음의 어떤 차이들을 붙잡아낸 감각이 와 닿는다. ‘중요하다’와 ‘소중하다’의 차이는?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소중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외롭다’는 말은 또 어떤지.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 대신(더욱이 ‘쓸쓸하다’는 ‘외롭고 적적하다’로 풀이돼 있다), “‘외롭다’는 말은 형용사가 아니다. 활달히 움직이고 있는 동작동사다. 텅 비어 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딜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한다”고 ‘마음사전’에는 씌어 있다. 그 시적인 설명들은, 늘 갖고 있는 것이 마음인데도, 아, 마음이란 이런 것이었지, 하고 문득 깨닫게 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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