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 “옛 히트곡은 과거의 노래일 뿐…”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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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가수 생활 29년. 거기서 얻어진 레퍼토리는 세대를 넘나들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그때 그 사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밖에 난 몰라’ 등 과거의 히트곡만으로 무대를 꾸미기도 벅찰 것이다. 그래서 의외였다. 1일 강남에서 만난 심수봉(52)은 아직도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신인가수 같았다. 3년 만에 11집을 내고서도 “가수로서 첫발을 이제야 뗀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차분했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가수가 돼서 펼쳐 보고 싶은 것들이 한 번도 채워지지 않았어요. 매니저도 제대로 없어 연예계 활동이란 것도 제약이 많았죠. 대중이 심어 준 ‘심수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정작 저 자신은 허했어요.” 》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그는 무엇보다 대중과의 호흡이 절실했다. 수동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식물’처럼 살기엔 그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데뷔 26년이 되던 해, 자신을 유일한 소속 가수로 둔 매니지먼트사를 만났다. 좀 더 안정된 기반 위에 만들어진 앨범 작업은 그의 표현대로 “펴지 못했던 것들을 활짝 편 것 같은 느낌”이다.

○ 3년 만에 11집 발매

그가 직접 앨범 프로듀서로 나선 이번 앨범에서는 트로트라는 장르 아래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그만의 절절한 비음은 더욱 완숙해졌고 애절하던 노랫말은 상처와 마주할 만큼 여유로워졌다.

“숱하게 만났다 헤어진 ‘그때 그 사람’들도 큰 의미가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사람은 다 귀해요. 상처 준 경우도 있고 상처 받기도 했지만…. 음악을 통해 그 상처들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게 제 남은 생에 마쳐야 할 소임이겠죠.”

‘마지막 춤은 볼레로’는 ‘어머나’ ‘까만 안경’의 작곡가 윤명선이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든 곡.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서 맴도는 대중적인 노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기타리스트 호세 펠리치아노의 원곡에 가사를 붙인 ‘집시’는 ‘백만 송이 장미’의 뒤를 잇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곡은 타블로가 작사 작곡을 하고 미쓰라 진이 랩 피처링한 ‘여자라서 웃어요’다. 김장훈의 싱글앨범에 수록된 ‘남자라서 웃어요’를 여자 버전으로 개사했다. 우연히 차 안에서 이 노래를 듣고 ‘진정으로 이것이 내 스타일의 가요’라고 생각했단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타블로에게 직접 곡을 부탁했다.

타이틀곡으로 무엇을 꼽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조국이여’를 꼽았다. “실향민인 어머니에게 경의선 얘기를 들으며 자라 왔어요. 얼마 전 경의선이 개통되면서 빈 차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렇게 허망하고 쓸쓸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를 위한 선물로 만들어진 이 곡을 듣고 그의 어머니는 3일을 꼬박 우셨단다.

○ 심수봉 인생 다룬 뮤지컬 만든다

“언제나 히트곡을 내겠다고 낸 게 아니었어요. 나는 내가 만족하면 돼요. 부르고 싶으면 자꾸 부르면서 제 자신을 위로했어요. 거기에 대중의 공감이 더해진 거죠. 모든 것은 그때 부르면 안 될 상황에 불려진 거고 과거의 히트곡은 과거의 노래일 뿐이죠. 저는 항상 현재진행형이에요.”

이제 그는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그간의 히트곡으로 엮은 뮤지컬은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그의 인생을 노래할 예정. 아직 대강의 뼈대만 세워졌다. 하지만 자택에 70여 명 규모의 공연장이 갖춰진 만큼 당장 모노드라마라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직접 무대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집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그의 정통 볼레로 댄스와 함께 ‘현재진행형’의 신곡들을 만날 수 있다. 공연 문의 1544-1555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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