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곡 듣고 필 꽂혀 음반 제의… 재즈 유학 결국 포기”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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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와 미애’ 출신 DJ 겸 프로듀서 신철(뒤)과 그가 키운 가수 적우. 염희진  기자
‘철이와 미애’ 출신 DJ 겸 프로듀서 신철(뒤)과 그가 키운 가수 적우. 염희진 기자
‘철이’를 기억하는지. 동그란 선글라스에 우스꽝스러운 바가지 머리, ‘미애’와 함께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를 불렀던…. 1980년대 후반엔 ‘나미와 붐붐’으로, 1990년대 초엔 ‘철이와 미애’로 그는 한국에서 거의 최초로 랩을 구사한 가수이자 앨범 리믹스를 시도한 DJ였다. 이후 DJ DOC와 유승준, 구피 등을 키운 제작자로 활동했고 2004년부터는 트로트로 ‘전향’해 7장의 트로트 리믹스 앨범을 내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그의 사무실 근처에서 신철을 만났다. 최근 2집을 낸 가수 적우와 함께였다. 선글라스가 금테 안경으로 바뀌었지만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는 젊게 보였다. 예전 ‘철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자 급히 선글라스를 쓰며 DJ식 제스처를 취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적우는 MBC 드라마 ‘문희’의 주제곡 ‘너에게로 가’ 등을 부르며 이은미와 이소라의 가창력을 잇는다는 평을 듣는 재즈 보컬리스트. “10여 년 전 개인적인 자리에서 이소라의 ‘제발’을 불렀어요. 신철 씨가 소름끼치게 부른다며 음반작업을 제의했죠. 미국 뉴올리언스로 재즈 공부하러 가는 걸 포기하고 음반을 만들게 됐어요.”(적우)

적우는 신철과 협력해 그 후 두 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며 국내 최초로 ‘라운지뮤직’을 도입하는 등 색다른 장르를 시도했다. 이번 앨범 ‘황진이’는 흑인 영가에서 영감을 받은 컨트리 발라드곡 ‘블루의 향기’가 타이틀곡. 현재 신철은 가수 나미의 아들 정철의 앨범도 프로듀싱 중이다.

신철은 매주 주말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SBS 라디오 ‘DJ 처리와 함께 아자아자’도 진행하고 있다. 팝, 댄스, 트로트, 발라드 등 장르를 불문하고 생방송으로 리믹스하는 일명 ‘달리는 방송’이다. 6시간 동안 지치지 않느냐고 물으니 “라디오 시작하자마자 500명씩 ‘출첵’(출석 체크)을 하는 데다 방송 중 들어오는 문자메시지만 1만 개가 넘는데 어떻게 힘들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한민국 랩 1세대로서 자신이 처음 시도한 음악이 하나의 장르가 되는 걸 보는 기분이 어떨까.

“요즘 가수들은 너무 겉치레에 치중해서 편곡을 잘하려고만 해요. 랩의 진정성은 멋들어진 가사에만 있는 게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적우는 목소리로, 저는 다양하고 신나는 음악으로 청취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좋겠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그게 우리가 함께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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