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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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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새 박사님께. 전 어린 쇠똥구리인데요, 정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먹을 수 있는 건 글쎄 똥뿐이라는 거예요! 전 왜 이렇게 냄새나는 걸 먹어야 하나요? ―충격 받은 쇠똥구리 올림”
“충격 받은 쇠똥구리님께. 어떤 기분인지 알겠어요. 정말 안됐네요. 하지만 쇠똥구리님같이 봉사해 주는 자연의 청소부가 없다면 우리는 모두 똥에 빠져 허우적거려야 할 거예요. 쇠똥구리님이 똥을 먹고 분해함으로써 그 속에 있는 중요한 양분이 재활용되거든요. 그래서 식물이 자라도록 해 주어요. 쇠똥구리님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세요!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똑똑새 박사 드림”
동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생태에 관한 정보를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대신 인생 상담의 형식을 빌려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
상담 편지를 보낸 동물들의 고민을 통해 각 동물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똑똑새 박사의 답장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간에 삽입된 똑똑새 박사의 ‘특강’에서는 먹이사슬, 생활사 등 동물에 대한 보충 지식도 곁들였다.
재치 있는 편지글과 익살스러운 그림 덕분에 아이들은 읽는 내내 쿡쿡 웃는다. 또 다른 이유로 함께 읽던 어른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린다.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말 못할(?)’ 고민들이 결코 낯설지 않아서다.
“정말이지 똑같이 떼로 몰려다니는 데 질렸어요. 전 색다른 삶을 살고 싶어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그런 삶을 찾아 무리를 떠나고 싶어요.”(변화를 바라는 고등어) “머리는 부풀어 오르고, 꼬리는 사라지고. 게다가 몸에서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무서워요.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성장의 아픔을 겪는 올챙이) “제 몸은 온통 점투성이예요. 아무리해도 이 점을 없앨 수 없어요.”(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무당벌레) “왜 암컷들은 하나같이 둥지를 잘 짓는 수컷만 좋아하는 거죠?”(집짓기에 서투른 ‘베짜는새’)….
이런 고민들이 결국은 자연의 섭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일러 주는 똑똑새 박사의 답장 속에서 어른들도 언젠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삶의 지혜 한 조각을 배울 수 있겠다. 어린이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고마운 ‘덤’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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