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맛 살려주는 한국소금 짠맛뿐인 소금과는 달라요”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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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천일염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는 일본 요리 장인 야스카와 데쓰지(오른쪽), 가미야 마사다카(가운데), 오치아이 쓰토무 씨. 전영한 기자
한국의 천일염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는 일본 요리 장인 야스카와 데쓰지(오른쪽), 가미야 마사다카(가운데), 오치아이 쓰토무 씨. 전영한 기자
《“아마이(甘·달다), 아마이 데스네(달군요).” 지난해 말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국인 요리사 최경숙 씨가 한국 소금을 넣고 끓인 맑은 국물이 화제가 됐다. 일본 요리사들은 소금을 넣었는데 짠맛이 아니라 단맛이 난다며 신기해했다. 국내에서 ‘방배동 최 선생’으로 잘 알려진 최 씨는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은 일본 요리사들에게 한국산 천일염으로 만든 음식을 선보였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최 씨와 천일염 생산 판매회사인 ‘태평소금’은 한국 소금 맛을 잊지 못하는 일본 요리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가미야 마사다카(神谷昌孝), 오치아이 쓰토무(落合務), 야스카와 데쓰지(安川哲二) 씨 등 3명은 5일 방한해 천일염을 생산하는 전남 신안군 염전을 둘러보고 7일 귀국했다. 일본 언론에 종종 ‘요리의 명인’으로 소개되는 이들은 도쿄에서 식당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미야 씨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 부자와 신격호 롯데회장이 즐겨 찾는다는 일식당 ‘노기자카 가미야’를 운영하고 있고, 오치아이 씨는 한국의 이탈리아 요리사들도 음식 맛을 배우기 위해 달려간다고 알려진 이탈리아 음식점 ‘라 베토라’의 대표다. 야스카와 씨는 일본의 인기 TV 요리 프로그램 ‘요리의 철인’에서 중화요리 철인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중식당 ‘용의 아들’을 경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음식의 장르가 다르지만 한국 소금으로 자신의 요리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선 같다.

“스파게티 면을 삶을 때 예전엔 이탈리아 소금을 썼는데 끝 맛이 약간 씁쓸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어느 날 한국 소금을 썼더니 단맛이 나더라. 이제는 빵을 구울 때도 한국 소금을 쓸 정도다.”(오치아이 씨)

“한국 소금은 생선 초밥에 잘 스며들어 생선의 맛을 살려 준다. ‘버릇없이 구는’ 다른 소금과는 격이 다르다.”(가미야 씨)

“한국 소금은 자신의 맛을 드러내지 않고 음식 재료의 맛을 부드럽게 살려 준다.”(야스카와 씨)

이들은 그냥 한국 소금이 아닌 천일염에 반했다. 김장을 담글 때 쓰는 굵은 소금이 바로 천일염이다. 바닷물을 그대로 햇볕에 말려 만든 천일염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한국 염전은 일조량과 바람이 소금의 맛을 내기에 적당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신안군 염전 지대를 찾은 이들은 “일본에서는 공업화로 1970년대 대부분의 염전이 문을 닫았는데 한국에는 재래식 염전이 남아 있어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요즘 일본에서는 요리사가 당당히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어 예전에 비해 사회에서 대접이 좋아졌다”면서 웃었다.

“쉬운 일은 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가는 힘이 부족한 것 같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뎌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이들이 남긴 당부의 말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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