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교회 박재열 목사 “교회의 존재 이유는 성장 아닌 구원”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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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재열 목사. 그는 2000개 교회 지원과 2만 명의 새 신자 세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재열 목사. 그는 2000개 교회 지원과 2만 명의 새 신자 세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15→35→55→80→104→110.’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동선교회(당회장 박재열 목사·58)가 2002년을 기점으로 월 30만 원씩 매년 지원해 온 작은 교회의 증가 추이다.

대형 교회와 소형 교회. 같은 ‘하나님’을 모시지만 이해관계는 퍽 다르다. 작은 교회에서 애써 새 신자를 전도해도 사생활의 간섭이 적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큰 교회로 ‘수평이동’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교회 간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적인 관계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동선교회의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은 그래서 눈에 띈다. 등록 신도 3500여 명에 출석 신도가 1600여 명이니 작지도 크지도 않은 중형 교회다. 하지만 작은 교회를 향한 애정은 어느 대형 교회보다 더 크다.

교회당 매달 30만 원을 지원하니 여기 들어가는 올해 예산만 3억 원이 넘는다.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적지 않은 빚도 있다. 하지만 매년 지원 대상 교회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이 중 상당액은 박 목사가 부흥회 강사료 등을 통해 받은 돈으로 충당한다.

“샛강이 막히면 결국 바다도 마르기 마련이지요. 작은 교회가 살아야 새 신자가 늘고 한국 교회가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박 목사의 열정은 상상 이상이다. 매년 초 신문에 광고를 내 지원 대상 교회를 모집한다. 선정 기준은 교파와 무관하다. 그러나 돈은 그냥 지원하지 않는다. 우선 지원 교회 목사 부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서약서를 쓰게 한다. ‘직장인 이상으로 전도를 위해 뛰겠다’, ‘한 달간은 외부활동을 끊고 전도와 기도, 목회에만 전념하도록 한다’, ‘하루 4시간 이상씩, 14명 이상의 불신자를 만난다’, ‘한 달에 3명 이상씩 새 신자를 등록시킨다’ 등의 내용이다. 이처럼 깐깐한 요구 사항때문에 30% 정도의 목회자는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박 목사의 꿈은 지원 대상 교회를 2000개로 늘리는 것이다. 6월경에는 주로 농촌지역 목회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교회는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생명 구원이 존재의 이유입니다. 유람선이 아니라 구원선이지요. 요즘에는 교회들이 장로나 권사 집사, 헌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기존 신자들이 등록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탕자’ ‘죄인’은 예수를 믿지 않는 불신자입니다. 그들이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박 목사는 매년 2500여 개의 교회가 새로 생기지만 3000여 개의 교회가 문을 닫고 있어 이렇게 가면 한국 교회도 유럽 교회처럼 ‘신자 없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5년 전 개척교회를 세웠던 박 목사. 고생도 많이 했단다. “먹을 것이 없어 자식들이 남의 집 대문간의 우유나 요구르트를 훔쳐 먹기도 했고 시장에서 시래기를 모아 김치를 담가 먹었습니다.” 그의 작은 교회 후원은 어쩌면 자신의 쓰라렸던 경험의 산물일 수도 있다.

동선교회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탓이기는 해도 등록 신도 중 세례를 받지 못한 초신자 비율이 60%에 이른다. 장로 권사 집사 등 재직자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존 신자보다는 ‘새 생명’에 다걸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위 작은 교회의 신자가 오면 그 교회에 전화를 해서 알려 줍니다. ‘돌려보내 달라’고 목사님이 요구하면 설득해 다시 보내지요. 그래도 매년 10% 정도씩 성장해 왔습니다.” 박 목사의 목표는 은퇴 전까지 2만 명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박 목사로부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저, 어느 교회에 다니시지요?”

“아, 예. 저는 종교가….”

“아니 이런, 빨리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지요.”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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